"그러니까,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야?"

 "당연하지.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분장을 한다고 해서 못알아 볼 리가 있냐."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몇시간 전, 오늘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

 …

 '쵸로마츠, 내가 아는 사람 소개시켜줄까?' ──내가 그렇게 말을 꺼냈을 때, 쵸로마츠는 몇번이고 '필요없어'라며 내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여차저차해서 결국 약속을 잡게 되었고, 나는 그 즉시 다른 사람으로 분장을 하고 약속장소로 나가서, 벤치에 앉아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의문의 여인을 기다리고 있는 그와 만났다.

 지금 상황을 보면 결과는 물론 정체를 들킨 것으로 정해져 있지만, 쵸로마츠는 자신에게 말을 건 여자가 나라는 것을 알아차렸으면서도 그 사실을 숨기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완벽하게 내 장단에 맞추어주었다. 이를테면 역으로 나를 골려먹은 것이었다.

 …

 …

 …

 "비록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쵸로마츠랑 진지하게 데이트하는 건 꽤 즐거웠어."

 "잘도 그런 소리가 나온다. 뻔뻔한 여자 같으니."

 "정말, 완전 속았다니까. 어쩜 그렇게 진짜인 것처럼 연기를 할 수가 있어?"

 나를 바라보던 표정, 눈빛, 목소리, 그리고 상냥한 손길… 솔직히 말해서 그때의 나는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캐릭터가 된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가슴이 두근거려서 어쩔 줄을 몰랐다. 쵸로마츠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

 …

 …

 "어쩌면 난… 그동안 네가 다른 사람이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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