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게 가서 부탁하라고 했잖아. 왜 나한테 와서 자꾸만 귀찮은 일을 시키려는 거야?"
"……." "그런 표정 지어도 소용없네요. 내가 네 편한대로 이용하는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저번에 내가 해줬으니까 한 번 쯤은 해줄 수 있는 거잖아." "부탁한 적 없어. 그때도 네가 '해줄게'라고 먼저 말을 꺼낸 거였지." "어쨌든 가는 게 있음 오는 게 있어야지. 그게 인지상정이라고." "인지상정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따져야지. 나 지금 책 읽고 있는 거 안 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노라면 쵸로마츠가 갑자기 말끝을 흐린다. 그리고 나를 가리키고 있던 그의 손가락을 살며시 무릎 위에 내려놓는다. 내 불쌍한 척하는 연기가 먹혀든 것일까. 이 방법은 여태껏 카라마츠와 쥬시마츠에게만 간간히 먹히고 쵸로마츠에게는 택도 없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가 그가 내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 고개를 모로 돌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은 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지만 그냥 받아주겠다는 뜻이다. 이래서 쵸로마츠는 언제나 쌀쌀맞게 구는데도 미워할 수가 없다. 어려운 만큼 그에게 자신의 응석이 받아들여졌을 때 커다란 쾌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쵸로마츠가 무릎을 탁탁 두드리자 '야호!' 하는 탄성이 절로 튀어나온다. 그에게 달려가 무릎을 베고 누우니 은은한 소독제냄새가 코끝에 어른거린다. 딱히 향수 같은 달달한 냄새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남자의 무릎을 베고 기분이 좋냐, 너는?" 그가 내게 묻는다. 아마도 내가 웃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쁠 것 없지. 그냥 남자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쵸로마츠인걸." "네, 그러시겠지요." 정말로 좋아하는데……. 문득 그러한 감정이 편한 친구에게 오히려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얼굴에서 흐뭇한 웃음을 지울 수 없다. 저도 모르게 그의 허벅지에 뺨을 부비적거리게 된다. "읏……. 야, 움직이 마." 귀를 파고 있을 때 움직이는 것은 찔릴 위험이 있다. 그때문에 쵸로마츠가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움직이지 마' 전에 내 귀에 선명하게 들려온 '읏'은 뭘까. "그러고보니 쵸로마츠는 허벅지가 약했었지?" 쓰담쓰담─. "읏! 하지 마!!!" "뭐 어때? 서비스, 서비스─." "그걸 네가 정하는 거야?!!! 무얼 변태아저씨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짝─. 결국 손등을 얻어맞았다. 거기에 폭풍잔소리는 덤이다. "경계심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남자에게 손을 대는 건 자제하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친구끼리는 딱히 상관없잖아……." "살다보면 겉으로만 친한 척하고 속으로는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 녀석을 만날 수도 있는 거야!!!" "조금 음흉한 생각은 원래 모두 하지 않아? 난 쵸로마츠로 음흉한 생각한 적 많은데." "까불지 마!!!" 쿵─. 꿀밤까지 맞다니, 왠지 오늘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아니, 이미 일어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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