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쵸로마츠군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마. 어차피 금방 들킬 테고, 엄청 화낼 테니까.”

 “언제나 신경이 곤두세워진 상태에다가 엄청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뭔가 숨기려 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금방 들켜버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응징을 당했었어.”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쵸로마츠가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았다. 하지만 그 말들이 쵸로마츠가 ‘누군가의 거짓말을 알아차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니크젠더에 대해서는 현대의학으로도 밝혀지지 않는 불가사의한 부분이 아직 많으니까. 그들은 예부터 다른 젠더들에게 없는 특별한 잠재능력을 지니고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져, 끊임없는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 어려운 일에 내가 호기심을 가져도 소용없겠지만, 한 번 쯤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렇게나 빨리 기회가 올 줄이야…….

 자신의 손안에서 처참하게 부서진 플라스틱잔해를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거린다. 청소를 하다가 실수로 쵸로마츠의 굿즈를 건드려서 부숴뜨려버렸다. 그것도 그가 가장 아끼는 피규어를. 정수리에서 바보털이 떨어져 냐짱의 머리가 허전해졌다. 눈에 띄는 부분이라 가릴 수도 없고, 접착제로 붙인다 한들 너무 티가 나서 금방 들켜버릴 것 같다. 어차피 언젠가 사과를 해야겠지만 과연 쵸로마츠의 무서움에 익숙해진 나라도 이 사태에 대해서는 곧바로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아마도 이번에는 꿀밤을 맞거나 잔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드르륵─.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의논을 했을 텐데, 하필이면 요주의 인물인 쵸로마츠가 돌아왔다. 헬로워크에 다녀온 듯 정장차림을 한 그가 피곤한 듯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안으로 걸어들어온다. 손에 쥔 물건을 감춰야겠다는 생각 조차 하지 못하고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게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무섭다.

 “그거, 네가 그랬어?”

 하지만 진정해야 한다. 일단 진정하고, 조금 전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일을 하는 거다. 과연 쵸로마츠가 내 거짓말을 알아차릴까? 이 정도의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가 아니면 그가 알아차리고서도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있으니 시험을 해본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무섭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해야 한다.

 “아니, 내가 들어왔을 때는 이미 부숴져 있었어.”

 “…….”

 무거운 침묵. 피부에 스며드는 공기가 따끔거릴 정도로 이 분위기가 불편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어딘가로 내빼고 싶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용기를 내서 쵸로마츠와 얼굴을 마주본다. 무표정을 하고 있어서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눈동자가 그다지 살갑지 않은 감정을 띠고 있다는 것정도는 알 수 있다.

 “아, 그래.”

 그가 나를 지나쳐 책상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내가 어질러놓은 피규어의 잔해를 묵묵이 정리하기 시작한다. ‘아, 그래.’ 설마 그걸로 끝인 걸까. 속은 건지, 속아준 건지, 그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도와줄게.”

 “필요없으니까 나가있어.”

 아, 역시 그런가. 지금 쵸로마츠의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로 알았다. 내 나름대로 그럴싸하게 연기를 했지만, 이것은 결코 속은 사람의 반응이 아니다.

 “미안, 나, 거짓말 했어. 실은 그거 내가…….”

 쵸로마츠가 손에 잔해를 쓸어담아 미련없이 쓰레기통에 버린다. 덮개가 닫히는 순간 콱! 소리가 나서 저도 모르게 움찔 해버렸다.

 “실수였지?”

 “응?”

 “실수였다면 용서해줄 테니까 다음부터 조심해.”

 그가 밑으로 향해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그리고 이참에 확실하게 말해두겠는데, 다신 나한테 시덥잖은 거짓말 하지 마.”

 그의 시선이 내쪽을 향하는 순간, 심장이 날카롭게 경련을 일으킨다.

 “오늘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진심으로 화낼지도 몰라.”

 …

 …

 …

 호기심이 사라져서 개운하다던가, 신기하다던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방금 전의 그 눈빛은─

 정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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