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TALK!

"카라마츠, 지금부터 내가 너한테 주먹을 날려볼 테니까 막아봐."

"하?"

나는 자신이 말했던 대로 카라마츠에게 펀치를 날렸다. 물론 진심으로 상대방을 때린다거나 할 마음은 없었기에 손에 힘을 주지는 않았다. 카라마츠는 영문을 모르고 당황한 듯했지만, 그에 비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 손목을 낚아챘다. 붙잡힌 부위가 하필이면 관절이 있는 곳이어서, 딱히 그가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조금 아려오는 것 같았다.

"그렇구나. 잘 알겠어."

"?"

내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돌아서자, 카라마츠는 그런 내 팔을 붙잡아서 나를 멈추어세웠다.

"기다려라. 방금 그건 뭐였냐?"

"별 것 아니야. SM테스트라고, 잡지에 나와 있길래 한 번 해봤어."

여성잡지에 꼭 하나씩 나오는 각종 테스트들은 시시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아주 가끔 내 흥미를 끄는 것도 있다. 조금 전에 내가 카라마츠에게 했던 테스트는 말 그대로 상대방의 성적 취향이 S인지 M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날렸을 때 그 사람의 손이나 팔을 잡으면 S, 몸을 감싸며 방어하는 사람은 M이라고, 책에는 적혀 있었다. 어차피 재미로 보는 것 뿐이지만, 카라마츠가 S라니─ 정말 의외였다. 문득 웃음이 터져나온다.

카라마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실소를 터뜨리고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방을 나가려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다시 걸음을 돌려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내가 나가는 줄만 알고 등을 돌리고 있던 카라마츠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고,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있잖아. 이참에 뭔가 말해봐."

"무슨 소리냐?"

"가슴이 두근두근거릴 만한 S의 대사 말이야. 말해보라구."

"가, 갑자기 하라고 해도…"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는 나. 그 앞에서, 카라마츠는 팔짱을 낀 채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내 눈을 바라보며 평소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欲しいならお前から誘ってみろ。(원한다면 네가 유혹해봐라)"

나는 그 순간의 자신을 어찌하지 못하고 '우우으으으'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밑으로는 발을 동동거렸다. 그런 내가 얼굴에서 음흉한 웃음을 지우고 다시 고개를 드는 데까지는,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울 정도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나 더, 하나 더!"

"음…"

카라마츠는 눈동자를 굴리며 또다시 고민에 빠지는가 싶더니 곧 나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泣け叫べ、メス。(울며 소리쳐라, 암컷)"

나는 두 손을 가슴높이로 들어올리며 헉, 하고 놀랐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리다가 결국 이전과 같이 자신의 허리를 짚었다.

"두번째 것은 조금 심했던 것 같군. 본의 아니게… 미안하다."

"아니, 아니. 괜찮아. 애당초 내가 시킨 거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걸."

내가 말하자, 카라마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위가 세서 놀랐지만, 뭐어, 나름대로 좋았어."

"좋았다고?"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해주라.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까."

"으음… 그러니까…"

그는 해맑게 웃는 나를 보고 못 말린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마른 입술을 한 번 핥은 뒤 말을 이었다.

"いい体を持っているな。(좋은 몸을 가지고 있구나.) 今日からお前は俺の獲物だ。(오늘부터 너는 내 먹잇감이다.)"

'먹잇감이다'라는 말을 할 때 그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앙- 하고 무는 시늉을 했다. 조금 귀여운 느낌으로. 그런데 어째서인가 내 눈에는 그것이 섹시해보여서, 나는 곧바로 심장을 저격당했다.

"꺄─, 어쩜 좋아──. 나 이거에 눈 떠버릴지도──."

"하하하, 그건 위험하지 않냐."

"뭐랄까, 카라마츠 너, S의 대사를 날리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네─."

"아니… 난 어색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