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고 돌아와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형제들의 방에 들렀다. 문을 열자마자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는가 하면, 구석에나 있음직한 의자 두개가 방 한 가운데 떡하니 놓여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집에 남아 있는 사람은 카라마츠와 쥬시마츠 뿐인 것 같다.

 "아, 너 왔냐."

 "어서와─."

 각각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던 두 남자가 그대로 고개만 돌려서 밝은 표정으로 나를 맞이해준다. 그런 와중에도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이, 앞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뭐하고 있었어?"
 
 "오랜만이 둘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팔씨름이랑, 허벅지싸움이랑, 다리 걸어서 넘기기─."
 
 나는 탁상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장바구니 안에서 물건을 꺼내놓으면서 가볍게 웃었다.
 
 "지금 하고 있는 건 허벅지싸움이야? 팔씨름은 누가 이겼는데?"
 
 내가 묻자, 쥬시마츠가 기다란 소매로 붉은 뺨을 감싸며 '우우─'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양쪽 다 내 패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나도 꽤 고전했다."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잠시, 그들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럼 카라마츠형, 셋 세고 시작하자─."
 
 "내가 세도록 하지. 셋, 둘, 하나… 시작!"
 
 허벅지싸움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다리를 맞물린 채 한 쪽은 바깥으로, 한 쪽은 안으로 힘을 주어서 각자의 방향으로 완전히 이끌어내는 쪽이 이기는 힘겨루기중에 하나이다. 보아하니 지금은 카라마츠가 벌리는 쪽, 쥬시마츠가 오므리는 쪽인 모양이다. 둘 다 막상막하이지만. . . . 어째 시간이 흐를 수록 쥬시마츠가 점점 밀리는 듯하다.
 
 "으아, 형! 그만! 그만! 졌슴다─!"
 
 결국 카라마츠가 이겼지만, 그도 전력을 다 했는지 진땀을 흘리고 있다.
 
 "너… 매일 배트를 휘둘러대서 당연히 팔힘이 가장 셀 거라 생각했는데, 실은 다리가 진짜 무기였군."
 
 "진 사람은 말이 없는 법. 자, 이번에는 반대야─."
 
 두 남자는 포지션을 바꾼 뒤 셋을 센 다음 겨루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쥬시마츠가 벌리는 쪽, 카라마츠가 오므리는 쪽이었다.
 
 "아자아─!"
 
 "자, 잠깐! 뭐냐, 이 힘은? 조금 전하고 차원이 다르잖냐!"
 
 "허벅지 안쪽은 약하지만 바깥쪽이라면 자신있지 말입니다─. 하하핫─!"
 
 "졌다! 졌다! 그만해라!"
 
 "예에─."
 
 그들은 이긴 쪽도 진쪽도 하나같이 의자등받이에 축 늘어져서 숨을 골랐다.
 
 "다리 걸어서 넘기기는 좀 쉬었다가 하자, 형─."
 
 "그래. 그러는 편이 좋겠다."

 다리 걸어서 넘기기라. . . .

 그건 허벅지힘도 중요하지만 허리힘도 중요한 거였지, 아마.

 왠지 필요이상으로 기대되는걸.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