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절기에 밖에 나가봤자 여기저기서 감기바이러스의 위협만 받을 뿐이겠지. 점심을 먹고난 뒤 거실의 탁상 앞에 앉아 tv를 보며, 나는 내 무릎 위에서 기분좋게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이치마츠가 종종 밥을 챙겨주곤 하는 녀석인데, 처음에는 그렇게 나를 경계하더니 이제는 내 품안에서도 꽤나 여유가 있어 보인다.
“…?”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가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그는 딱히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냥 조금 전처럼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카라마츠도 쓰담쓰담해줄까?” “나, 난 됐다.” “그치만 부러운 듯한 눈을 하고 있잖아.” “다르다. 내가 부러운 건 그게 아니라…” 그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모로 돌렸다. 그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딱히 상관없었지만 왠지 묘한 감정이 솟구쳤다. 곧 카라마츠에게서 굉장히 귀여운 말이 들려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달까. “네가 쓰다듬어주는 게 아니라… 너에게 안겨 있는 거다.” “읏…” 나는 고양이를 만지던 손으로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아까 느꼈던 묘한 감정이 솟구치다못해 흘러넘치려 하고 있었다. “뭐냐, 방금 그 소리는…” “뭐냐니, 그야…” 당신이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뱉은 소리로 정해져 있잖아. 남자 주제에. 젠장. “(헛기침)어쨌든 쓸데없이 쳐다봐서 미안하다. 조금 전에 내가 한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해주지 않겠나.” “글쎄…” 나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꺼내 직접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메모장을 켰다. 그리고 잠시후. “카라마츠.” “음? 뭐냐, 그건.” “보면 몰라? FREE HUG야.” 평소에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예쁜 형광색으로 썼다고. 당신을 위해서. …라고 덧붙이는 것은 참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간만에 카라마츠의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어서 웃음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니까. “지금 이 집에는 너랑 나밖에 없다만?” “상관없어. 카라마츠에 한해서 FREE인 거니까.” “…….” 그는 액정에 비친 글씨를 가만히 바라보다가도 곧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필요없어? 필요없다면 그만두지, 뭐.” “자… 잘 부탁한다.” ──. 나는 또 이상한 소리가 나올 뻔한 것을 입술이 욱씬거리도록 깨물어가며 겨우 참았다. 이리오라며 손짓을 하자, 카라마츠가 내게 다가와 어느새 허전해진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이치마츠가 누울 때는 묵직함이 느껴지는데 카라마츠는 그렇지 않았다. 몸에 긴장이 들어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미 부드러운 마음이 더욱 유들해졌다. 그래서 조심스레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를 만질 때보다 더 다정하게.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그가 나를 온화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건 필요없다고 했잖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안 돼?” “안 될 것은 없다만… 조금… 쑥스럽군…” 난 자신의 타입이 남자답고 시원스러운 성격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딱히 남자에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여자는 언젠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므로, 가끔은 이렇게 남자의 응석을 받아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카라마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었다. 뒤통수 쪽으로 손을 옮기는 찰나 또 띠용─ 하고 코미컬한 사운드가 들려왔다. 실제로 그런 소리가 났을 리 없지만, 내 손에 눌렸다가 다시 불쑥 튀어나오는 카라마츠의 더듬이를 보고 그런 기분을 느꼈다. 아아, 정말─. 귀엽다……. 카라마츠가 원래 이렇게 귀여웠던가……. 평상시에도 조금은 편하게 응석을 부려주면 좋을 텐데……. 덥썩─. 그때 카라마츠가내 손목을 붙잡고 무방비해진 내 손가락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 작은 접촉이 어째서 이렇게나 내 가슴을 크게 자극하는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웠건만. 이제는 심장이 거칠게 요동을 친다. …나는 행여 카라마츠에게 소리가 들릴까 봐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런다고 해서 두근거림이 멈추는 것도 아닌데. 점점 숨이 부족해지면서 가슴으로부터 묵직한 괴로움이 느껴진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 순간 카라마츠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또 한 번 헛기침을 하며 내게 이제 됐다, 고맙다라고 말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서 아직 자신의 무릎에 남아 있는 감촉을 움켜쥐듯이 다섯손가락을 오므렸다. “저기, 카라마츠.” “응?” “허그든 무릎베개든 뭐든지 좋으니까, 사람의 체온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말해줘.” “아아…” 그는 고개를 모로 돌리며 대답하고는 손으로 살며시 입을 가렸다. 그의 눈과 코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의 얼굴이 붉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만큼은 절대로 내 착각이 아니었다. …가벼운 스킨십이라면 전부터 종종 했었는데, 카라마츠가 이렇게 쑥스러워하는 것은 처음 본다. 겉으로는 싫은 척을 하지만 카라마츠도 실은 여자에게 응석부리는 것을 좋아하는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보다. 짓궂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얼굴에서 웃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이것은 그를 놀리기 위한 웃음이 아닌,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온 따뜻한 웃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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