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형제들의 방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오기에 그냥 호기심에 문을 열어보았다. 모두 1층에 있는 건지 방에는 카라마츠 뿐이었다. 탁상 위에 올려진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카라마츠는 책상에 기대어서서 무언가 네모난 종이를 읽고 있었다. 나는 책상 위에 덮개가 열린 채로 놓여 있는 상자를 보고 곧 그것이 편지임을 알았다.

 “그건 이치마츠의…….”

 “아아, 녀석이 중학생 때부터 써온 편지들이다.”

 “중학생 때‘부터’? 한 통이 전부 아니었어?”

 카라마츠는 실소를 터뜨렸다.

 “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편지중 절반은 녀석의 편지다만.”

 “정말?”

 나는 말없이 상자를 바라보다가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어째서 답장을 써놓고도 상대방에게 보내지 않은 걸까? 이렇게나 많이…….”

 “보낼 용기가 나질 않았겠지. 그녀의 고백을 거절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혔으니까.”

 역시 아즈사란 이름은 그 여자아이의 이름이었구나……. 확실히 카라마츠와 관련해 오해가 생겨서 사이가 틀어진 거였지……. 이치마츠가 이렇게 많은 답장을 쓴 것도 그렇고, 상대방이 답장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편지를 보내온 걸 생각하면 그 후로도 서로를 계속 좋아했던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

 그때 라디오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카라마츠의 반응을 보니 그도 알고 있는 노래인 듯했다.

 Don't wanna close my eyes~~
 (눈을 감고 싶지 않아요)
 Don't wanna fall asleep~
 (잠들고 싶지 않아요)
 cause I miss you baby~
 (당신이 그리워질 테니까요)
 And I don't wanna miss a thing~~♩
 (난 그 무엇도 잃고 싶지 않아요)

 에어로스미스……. 우리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노래를 감상했다. 락치고는 상당히 부드러운 선율을 가진 그 노래는 발매 당시 유명한 영화의 ost로 사용되었을 만큼 인기가 많았던, 에어로스미스란 밴드의 대표곡중 하나였다.

 “생각이 나는군.”

 노래가 클라이막스를 지나 2절부로 접어들기 전 반주가 흘러나올 때였다. 무의식중에 라디오에 시선을 두고 있던 나는 카라마츠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때도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의아함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때라니…….

 “이 애처로운 가사, 당시의 상황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졌지. 슬픔에 잠긴 가엾은 브라더가 들었다면 녀석도 분명 이 밴드를 좋아하게 되었을 텐데 말이야.”

 카라마츠는 두 팔을 벌리며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노래에 빠져들었다.

 Cause even when I dream of you~~
 (왜냐면 내가 당신의 꿈을 꿀 때 조차)
 The sweetest dream would never do~~
 (가장 달콤한 꿈을 꿀 때도 그러지 못하니까요)
 I'd still miss you baby~~
 (여전히 당신이 그리워요)
 And I don't wanna miss a thing~~~
 (난 무엇도 잃고싶지 않아요.)

 라디오에서 모처럼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틀어주었는데, 나는 좀처럼 그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친구의 얼굴만 계속 쳐다보았다. 조금 전 자신의 가슴속에 피어난 의문 때문이었다. 카라마츠는 어째서 이치마츠의 편지를 읽고 있었던 걸까? 그는 무언가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쾌하게 웃고 있다. 어째서?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해줄까?

 카라마츠에게 이따금씩 물리게 되고나서부터,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이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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