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가 원한다면."
카라마츠군은 이인자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지존이라도 되는 양 두눈을 지그시 감고 입술을 굳게 닫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탁자 위로 이끌자, 그는 나와 함께 팔꿈치를 아래로 내려놓고 가볍게 손목을 흔들어 굳어있는 관절을 풀었다. 셋의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게임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나는 밀려드는 허무함에 벙찐 얼굴이 되고 말았다. 내가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버텨보겠노라고 생각하던 순간에는 이미 내 손이 카라마츠군의 손을 반대편으로 넘긴 뒤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프게 꿈틀거리는 자존심을 숨기기 위해 최대한 상냥하게 웃으며 카라마츠군에게 제대로 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힘이 솟아나오는 기혈을 가다듬었다. 이번에는 그도 조금 진지해졌는지, 이어진 손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손은 여지없이 내가 힘을 줄 때 마다 가볍게 넘어가버렸다. "왜 일부러 져주는 거야?╬" "시스터를 이길 생각이 없으니까." 카라마츠군은 이제 그만하자는 듯이 손을 거두고는, 고개를 숙이는 순간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자연스레 쓸어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를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 정수리를 가볍게 두드린 뒤, 볼일이 있는지 창 밖을 흘깃 쳐다보더니 방을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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