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같은 나이라고는 해도, 이 집의 형제들에게는 미세한 서열이 존재하고, 저마다 그에 따른 역할을 가지고 있다.

 리더격인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군은 형제들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서로에 한해서 상대방의 빈틈을 메꿔주거나 단점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그것은 동생들에게 있어 오소마츠가 '무서운 형'인 반면, 카라마츠군이 어떤 투정이라도 기꺼이 받아주는 '상냥한 형'이라는 점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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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며칠 전 쵸로마츠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카라마츠형이 진심으로 화를 낼 때는 누군가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를 괴롭혔을 때 뿐이고, 오소마츠형도 그 오니만큼은 어찌하지 못해.'

 형제들 모두 카라마츠군을 무시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지만, 그들은 오소마츠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실질적으로 카라마츠군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나 먹을 것을 빼앗기는 사소한 일 따위는 스스로 감당해내더라도, 그 이상의 일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면 가장 먼저 카라마츠군을 찾는 것이다.

 카라마츠군도 부분적으로는 오소마츠의 혹독한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귀여운 동생들이 곤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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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도마츠───!!!!!!"

 1층에서부터 오소마츠의 포효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빠르게 내달리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퍼진다. 나와 카라마츠군이 있는 방의 문이 엄청난 박력으로 열리는가 하면, 곧바로 다급한 표정의 토도마츠가 뛰어들어온다.

 그 뒤를 따라서 오소마츠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어느새 카라마츠군의 등 뒤에 숨어있는 토도마츠를 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냉소를 짓는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것 같다.

 "카라마츠형, 나 좀 살려줘!"

 "무슨 일이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울 만도 하건만.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닌 듯, 카라마츠군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매우 침착하다.

 "비켜, 카라마츠."

 "잠깐, 조금 진정해, 형님. 막둥이 상대로 무얼 진지하게 화를 내고 있어?"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감당해야지."

 "히잇…!"

 오소마츠가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자, 카라마츠군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그를 저지한다.

 토도마츠는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카라마츠군의 옷깃을 붙잡고서 꽤나 안심이 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럴 수 없으니까 내게 온 거 아냐. 굳이 폭력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들을 테니까 말로 해, 말로."

 …

 …

 …

 험악한 분위기를 피해 자신의 방에 돌아왔기 때문에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이 잠잠해진 것을 보아 어떻게든 일단락이 지어진 모양이다.

 슬슬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복도로 나가니, 마침 1층에서 걸어올라오는 카라마츠군의 모습이 보인다.

 "카라마츠군은… 이를테면 최종방어라인이구나."

 "응?"

 "오소마츠가 화를 낼 때 카라마츠군의 등에 숨기만 하면 안전하잖아."

 "그게 무슨 소리냐. 형님이 내 말을 존중해주고 있을 뿐, 나한테 어떤 힘이 있는 건 아니다. 너도 나를 믿고 형님을 화나게 하는 일은 만들지 마라."

 평소와 달리 카라마츠군의 목소리가 차갑고, 그의 말투가 엄격하다.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나 오소마츠에 대해서 만큼은 지켜야할 것이 분명하다. 아랫쪽 사람들을 아낀다고 해서 결코 윗쪽 사람을 소홀히 대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자신의 위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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