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의 젠더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사람들보다 체온이 낮다고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알파인 친구를 여럿 두고 있는 나는 그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소마츠도,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도, 심지어 여자인 토토코까지 언제나 몸이 차가운 것이다. 그것도 알파 마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그중에서도 카라마츠는 유독 더 차가운 것 같다.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진달까, 젠더를 떠나서 같은 사람인데 어째서 이렇게 차가운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뭐… 평소에는 조금 그런 편이지."

 "평소에는? 다를 때도 있어?"

 소파의 등받이에 편히 기대어 신문을 읽고 있던 카라마츠는 머그컵을 기울여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소파의 팔걸이에 내려놓고 내 물음에 대답했다.

 "그야, 몸을 움직이면 나도 체온이 올라간다. 사람이니까 당연하잖냐."

 "하지만 지난번에 모두와 농구를 했을 때 너는 땀 전혀 안 흘리던걸."

 "나에게 있어서 체온이 낮은 것과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

 '보고 싶다' 나는 생각했다. 그만큼 땀을 흘리는 카라마츠는 레어하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는 곧 속으로 당황했다. '나 방금 조금 야한 상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뜨거워졌기 때문이었다. 뭐어, 알파들이 땀을 흘릴 정도로 열이 올랐을 때라고 하면 러트 때밖에 생각할 수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 무마를 하려고 해도, 여전히 두 뺨이 화끈거렸다.

 "왜 그러냐?"

 "딱히… 아무것도…"

 나는 내가 생각해도 어색하게 웃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카라마츠의 손이 뺨에 닿아왔고, 나는 얼음장 같은 차가움에 흠칫 놀랐다.

 "그러고보니 너는 나와 정반대였지. 언제나 뜨거워서… 마치 열이라도 있는 것 같다."

 "아니, 나도 언제나까지는…"

 지금은 카라마츠의 손이 닿아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겉이 이정도면… 안은 얼마나 뜨거울까…"

 …

 …

 …

 "에?"

 "아."

 …

 …

 …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사람 뿐인 방안에 짙은 정적이 맴돌았다. 그 안에서 카라마츠의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되어가는 듯했다. 이내 그는 두 손을 가슴높이로 올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 미안! 딱히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말을 꺼내놓고 보니까, 그게……."

 당황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으, 응! 알아, 알아.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마."

 그것은 분명 실수였다. 언어사고였다. 전생에 중세시대 기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매너남인 카라마츠가 여자인 내게 뜬금없이 성희롱 따위를 할 리가 없다. 나는 오히려 따가운 눈초리를 자신에게로 돌렸다. 괜히 이상한 생각을 한 것은 어느쪽이야……. 부끄러워…….

 카라마츠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했다. 그 소리에 그를 돌아본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카라마츠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

 나는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뭐야, 꼭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뜨거워지잖아."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