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라도 해주랴?"

 아직 파릇파릇한 젊은나이라고는 하지만 여태껏 살아오면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줬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내가 어렸을 때도, 내가 머리를 뉘일 수 있는 물건 혹은 대상은 자신의 침대 위에 놓여진 베개 하나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카라마츠군의 그 한 마디는 꽤 신선한 충격으로서 다가왔지만, 그것이 딱히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인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군은 방 한가운데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쿠션에 머리를 뉘이고 옆으로 누운 다음 내게 이리 오라는 듯이 가로로 쭉 뻗은 자신의 왼쪽 팔을 탁탁 두드렸다. 내가 그 말에 따르자, 그는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겨주고는 몸을 틀어 천장을 향해 누운 뒤 오른팔을 뒤통수로 가져가 자신의 머리를 받쳤다.

 "불편하면 말해라."

 "말하면 어떻게 해줄건데?"

 "어떻게는, 방으로 올라가서 자라고 하지."

 "그럼 괜찮아."

 괜한 질문을 했던 것에 절로 작아지는 내 목소리에 웃음을 터뜨리며, 카라마츠군은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처럼 졸린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단지 공상에 잠기는 듯한 얼굴이었다.

 "무슨 생각해?"

 "지금 이 방안에 아기돼지 100마리가 날아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

 …

 …

 …

 "진짜?"

 "농담이다. 네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너 말고 달리 뭔 생각을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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