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치고는 꽤 따뜻한 날. 나는 별일 없이 형제들 방의 문을 열었다. 평소보다 조용한 방에 카라마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미안, 옷 입는 중이었어?" "이제 괜찮다." 카라마츠는 허리에 걸치고 있던 점프슈트의 상의부분을 올려입은 뒤 지퍼를 닫았다. 언제나 겉옷에 가려져 있던 검은 셔츠는, 내 예상과 달리 소매가 없는 나시가 아닌 조금 타이트한 느낌의 반팔 티셔츠였다. 그의 몸은……. 뭐, 예상 그대로일까. 나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카라마츠의 옆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카라마츠도 가끔은 오소마츠나 토도마츠처럼 허리에 묶는 게 어때?"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어색해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도 더울 때는 그렇게 한다만, 지금은 문제 없다." "그치만 좋은 몸 가지고 있는데… 저… 전부 옷으로 가리는 건 아깝잖아…" 나는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보고 싶은 거냐?" 카라마츠의 물음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ㅂ벼벼별로…" 그는 그저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벗겨도 된다." "에?" "보고 싶은 만큼 벗겨도 된다고." 그런…….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의 시선을 피하며 두손을 꽉 움켜쥐었다. 뜨거운 열기에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런 상태로,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직접 벗는 건 왠지 성희롱 같으니까 네게 해도 된다고 말한 거였다만,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게 들렸나보군. 미안하다. 잊어버려라." 카라마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조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서 나는 적당히 상황을 마무리지었어야만 했다. 결코 그의 몸을 흘깃거려서는 안 됐다. 그러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정신을 놓고 있다가 꽤나 곤란해지고 말았다. 나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볼일이 떠오른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카라마츠가 내 팔을 붙잡았다. 그의 손이 내 살갗을 훑으며 손목에서 손등으로 옮겨갔다. 그는 그대로 내 손을 자신의 가슴앞으로 가져갔고, 내 손가락을 움직여서 옷에 달린 지퍼의 손잡이를 쥐게 했다. "괜찮다." 카라마츠의 시선이 줄곧 내쪽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그의 가슴팍만 쳐다보았다. 어째서인가 카라마츠가 점점 내게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에게 보여지는 건 영광이니까."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작게, 속삭이듯이 들려왔다. "좀 더 내게… 흥미를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는 내 손을 움직여 천천히 지퍼를 내렸다. "부디 즐거워해줘." 옷의 여밈이 벌어지면서 그의 몸이 조금씩 드러날 때 마다, 나는 점점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계속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는 배가 보이는 시점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또 한 번 내 손을 움직여 이번에는 어깨를 덮고 있던 옷을 내렸다. 왼쪽, 오른쪽, 차례대로. 조금 전까지 '예상대로' 좋았다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몸은 '예상이상으로' 좋았다. "기쁘다." 나는 손끝에 그의 맨살이 닿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이를 악 물었다. 무엇을 억누르기 위해서였는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입술이 바짝 매마르고 가슴이 미친듯이 뛰어댔다. "그런 뜨거운 눈으로 날 봐줘서…" 카라마츠는 나와 닿아 있지 않은 쪽의 팔을 소매에서 완전히 꺼내어 커다란 손으로 내 뺨을 감쌌다. 옷에 가려져 있던 나머지 부분이 드러나니, 그의 팔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내게 다가왔다. 눈을 질끈 감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입술 위로 뜨거운 숨결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 다음이 알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그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어서 피식-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카라마츠는 내게서 멀어져 있었다. 그는 옷을 올려입은 뒤 등받이에 기대어 태연하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옆에 앉아서, 나는 아직 감촉이 남아 있는 자신의 손끝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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