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방안에 앉아 무릎 위에 실타래를 올려놓고 열심히 뜨개질을 한다.
요즘에는 봉사활동에 대한 폭이 상당히 넓어져서,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재단으로부터 실을 사서 모자나 장갑 등을 만들어 보내면, 그것이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물품으로 사용된다. 그것도 제대로 완성했을 때의 얘기지만. . . . 이번 만큼은 서툰 솜씨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볼 생각이다. "아!"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또 잘못 뜬 부분을 발견했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 집중하자, 집중.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에 따라 바늘을 코에 집어넣었다가 빼는 것을 반복하고 있노라면, 문득 탁상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카라마츠에게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재밌는 방송이 하나보다 하고, 잠시 눈을 돌려본다. 이상하게도 브라운관에 비치고 있는 것은 딱히 웃을만한 내용이 없는 내용의 시사프로그램이다. 분명 '푸흐흐흐─'하고 웃었는데. 뭐 때문에 웃은 걸까. 혹시 내가 실수한 것을 봤다던가? "카라마츠." "응?" "방금 왜 웃은 거야?" "아아, 별 거 아니다. 그냥 네가 여기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다행히 그는 내 실수를 보지 못했다. 다만 그의 얼굴을 보아하니 그 밖에 내가 저지른 실수가 과거에 또 있었던 모양이다. … … … 그날도 카라마츠는 TV를 보고 있었다. 나에게는 아직 그가 어색했던 무렵이었기에, 당시의 나는 오소마츠에게 딱 붙어서 말없이 브라운관만을 쳐다보았다. 우리가 보고 있던 프로그램은 제목이 '열도의 숨겨진 미인을 찾아라!' 였는데, 대충 일본 내의 민간인중 예쁘기로 소문난 사람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상 마냥 딱딱하게 굳어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오소마츠는 TV를 보는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간간히 내게 말을 건네주었다. "맘 잡고 뒤지면 예쁜 사람 꽤 많네."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うん、日本の女性は本当にかわいそうだ。(응, 일본의 여성은 정말 귀여운 것 같아.)" "え、なんでかわいそうなの…? (에, 왜 귀여운데?)" "かわいそうだから。(귀여우니까.)" 그때 나는 자신의 말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 머릿속에는 かわいい (귀엽다) + そうだ (~인 것 같다) = かわいそうだ。(귀여운 것 같다.) 라는 공식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황당한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뒤늦게 내 의도를 알아차린 오소마츠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게 차분하게 설명을 해준 뒤였다. 나는 예쁜 여성들을 보며 可愛い(귀엽다)라는 말을 했던 것인데, 거기에 -そう라는 조사가 붙으면서 자연스레 동음이의어인 可哀相(불쌍하다)라는 뜻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에게는 내 말이 "응, 일본의 여성은 정말 불쌍한 것 같아."로 들렸던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일화이다. … … … "그때까지만 해도 너는 내 말을 반도 못 알아듣고서 다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곤 했었지." "알고 있었어…?"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냐? 어떨 때는 완전히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고. 지방을 사망으로 알아듣질 않나, 행복을 항복으로 알아듣질 않나…"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듯 카라마츠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당시에는 내가 민망해할까봐 참았지만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다. 뭐, 그때에 비하면 내 일본어실력도 많이 늘었으니. . . . "조금 답답하긴 해도 엄청 귀여웠다. 오소마츠가 어쩌다 말도 안 통하는 너와 친구를 하게 됐는지 알 것도 같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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