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같은 오메가는 자신의 페로몬수치를 검사하고 주기적으로 기록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은 꼭 병원에 가야 한다.
검사비용을 나라에서 모두 지원해주기 때문에 딱히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오메가들은 검사받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오늘 아침 분주하게 일어나 홀로 병원에 왔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뭔지,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막 집으로 돌아가려는 중이었던 카라마츠군과 우연히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다. … … … 그보다 더 불행한 것은, 엘레베이터 안에 그와 단둘이 갇혀버렸다는 사실이다. 다른 건물도 아니고 환자를 취급하는 병원에서 갑자기 엘레베이터가 멈추다니…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 … … "슬슬 열렸으면 좋겠는데… 정비회사직원들은 아직 멀었나." 문제는 갇혀버린 것뿐만이 아니다. 비밀로 하고 있지만, 나는 얼마전부터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군의 러트주기를 계산하고 있다. 내 계산이 맞다면, 앞으로 며칠 후면 카라마츠군의 러트가 시작된다. 오차범위가 1~2일에 불과한 오소마츠와 달리, 아직 페로몬이 안정되지 않은 카라마츠군은 언제 주기가 뒤틀려버릴지 모른다. 사실상 계산이 거의 무의미하다. … … … 카라마츠군은 아까부터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지 않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조차 외면하고 있다. 그의 모습을 보면 거의 확신을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지금 러트의 초기단계에 이르러있다. … … … 곤란하다. 이럴때는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출하기 전 약을 먹긴 했지만, 그래도 위험하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안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 … "저기… 미안하지만 좀 더 구석으로 가주지 않겠나?" "응, 얼마든지."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지금은 무조건적으로 카라마츠군의 말에 따라야 한다. "젠장…. 윽… 하아─… 하아─…"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좁은 공간 안에서는 작은 숨소리 마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온다. 차가운 공기를 타고 전해져오는 무거운 분위기를 통해, 카라마츠군에게 점점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 … 만약 그가 내게 다가오면, 내 저항이 무의미하게 되면, 그때 나는 카라마츠군을 원망할 수 있을까. "……." 아니,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하아─… 하─… 하아─……." 벽에 이마를 기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카라마츠군이 그대로 벽에서 스르르 흘러내리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내가 있기 때문에, 내 냄새가 자꾸만 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카라마츠군…" 나는 언제나 이 남자를 괴롭게 만들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설령 카라마츠군이 심한짓을 한다고 해도 난 원망하지 않을 거야." … … … "아니… 원망해라… 욕하고… 때리고… 죽어라 소리 지르면서… 내게 저주를 퍼부어…" "……." 카라마츠군의 목소리는 진심이다. "절대로… 날 용서하지 마… 나도…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테니까…" "그치만…" "제발… 제발 하지 마라… 난… 마지막까지… 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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