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핑에 몇 시간 동안 매달렸더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배가 고픈데, 나의 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좀 더 쉬고 싶다 말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 무언가 먹고싶다고 공허하게 생각하고 있노라면, 문득 방의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카라마츠가 살짝 고개를 내민다.
"간단히 먹을 것을 만들었다만, 가져다줄까?" "좋아."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거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거나 하면 속이 빤히 보이는 것 같아서 부끄러우니까, 일부러 톤을 조금 낮춰서 대답한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던 카라마츠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고 주방이 있는 1층으로 돌아간다. 횡재했다고 생각하며 바닥에 드러눕자, 그제서야 참았던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끔찍한 게으름에 나 자신도 스스로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그래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 … … 그 후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3시간이 지나도 카라마츠는 돌아오지 않았다. 꼬르르륵-.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자신의 배가 요동을 치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나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머지않아 거실에서 태연한 모습으로 TV를 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모습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 카라마츠…" "응?" "아까 만든 거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됐냐니, 네가 필요없다고 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만." "내가 언제 필요없다고 했어? 배고파죽겠는데." "확실히… いい라고 하지 않았냐." "그러니까 いい라고 했잖아. いい라고." "하?" … … … 한동안 침묵이 맴돌던 공간에 문득 시원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몇 시간동안 배를 곯아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막상 카라마츠의 예쁜 웃는 얼굴을 보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아." 그런가… 일본사람들은 いい라는 말을 상황이나 상대방의 뉘앙스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한다. 결국 카라마츠는 내가 '좋다'는 의미로 良い라고 말한 것을 '괜찮다'의 いい로 알아들은 것이다. "……." 그동안 일본어공부를 소홀히 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현지에서 원어민들과 매일 대화하며 긴 시간을 지내온 나이건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언어사고가 일어나다니, 조금 부끄럽다. "외국인과 한 집에 살면서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어야 하는데, 내가 미안했다. 지금 꺼내서 데워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겨우 웃음을 가라앉히며 카라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명백하게 내 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사과를 하는 쪽은 역시 그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