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고나서 로션을 바르려고 화장대 앞에 앉았는데, 그제서야 어젯밤 스킨을 다 사용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미리 사다놓은 것은 없고, 병을 아무리 흔들어대도 내용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같이 건조한 때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로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나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들의 방으로 향했고, 미리 양해를 구한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외출을 하고, 집에 남아 있는 사람은 카라마츠 뿐이었다.

 "카라마츠, 미안한데 스킨 토너 하고 에멀전 좀 빌릴 수 있을까?"

 "남성용이라도 괜찮다면."

 확실히 남성용 화장품은 면도 뒤에 잔상처가 남는 것을 감안해서 알콜성분이 좀 더 많이 들어 있었지. 바르면 약간 따갑고 술냄새가 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가릴 때가 아니다.

 "이리와라."

 "응?"

 "카라마츠숍 오픈이다."

 그가 능청스레 웃는 얼굴로 앉으라는 듯이 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그 말에 따랐다.

 카라마츠는 여느 여자들이 하듯이 자신의 손등에 스킨을 두어 번 짜서 반대쪽 손끝에 묻힌 다음 상당히 세심한 손길로 내 이마와 뺨 등에 찍었다.

 "어머,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

 그것은 뷰티샵의 직원을 흉내내는 듯한 꽤나 리얼한 연기였다. 묵직한 로우톤의 목소리가 돌연 익살스럽게 변하니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내가 참지 못하고 피식거릴 때 쯤, 그는 두 손을 펴고 나의 뺨을 가볍게 착착 두드리며 마무리를 했다.

 "어떠세요 손님?" 그가 내게 손거울을 내밀며 물었다.

 "이 샵 괜찮네. 다음에 또 관리받으러 와야겠어요."

 나는 잘 나가는 골드미스 따위를 연기하며 새침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본 뒤 만족한 듯이 웃어보였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내게 슬쩍 다가와 자신의 오른쪽 뺨을 손으로 가리켰다.

 "계산은 볼에 뽀뽀로 하겠습니다─."

 "그걸로 괜찮나요?"

 "뭣하면 양쪽에 다 해주세요─."

 나는 상대방이 눈을 감고 있는 와중에도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프랑스인들이 인사를 하듯이 볼에 입술을 대지 않고 가까이에서 쪽 소리를 냈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불만이 담긴 눈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돌연 내게 손을 뻗었다. 이윽고 커다란 손이 뒤통수 감싸오며 나를 끌어당기더니, 뺨에서 따뜻한 입술의 김촉이 느껴지며 좀 더 진하고 강렬한 '쪽' 소리가 들려왔다.

 카라마츠는 그대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 내 귓가에서, 목언저리에서, 나를 깨무는 시늉을 했다. 곧바로 장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내가 웃음 섞인 비명을 지르자, 비로소 그는 내게서 물러났다.

 "다음에는 '너로부터' 제대로 받을 테니 기억하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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