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깎아줄 테니 이리 와서 앉아라."
펜을 쥐고 종이 위에 글을 쓰다가 문득 살갗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이 느껴져서 보니, 어느덧 손톱이 보기 흉하게 자라 있다. 나이를 먹어도 무언가에 집중할 때 손톱을 깨무는 버릇은 사라지지 않아서, 어떤 것은 톱자루 마냥 울퉁불퉁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같은 방에 있던 카라마츠군에게 (당연히 쓴소리를 들을 것이라 생각하며)터무니없는 응석을 부린 것이었지만, 나의 예상 외로 그는 태연하게 바닥을 탁탁 두드렸다. "여자애의 손톱 치고는 꽤나 망가져 있군 그래." "손톱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중요하고 말고를 떠나서 손톱사이로 세균이 들어가고 그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 결국 전부 네 뱃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그는 자신의 수납함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와 그 안에서 손톱깎기를 집어들었고, 주인의 게으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 손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주머니 안에는 손톱깎기 말고도 다양한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나로서는 그 용도 조차 알 수 없는 것들도 몇 개 보였다. … … … 틱! "좋아. 그럼…" 열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정리된 뒤 고맙다고 말하며 손을 거두려고 했지만, 카라마츠군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주머니 안에서 납작한 도구를 꺼내들어, 손톱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사포 같은 감촉의 도구가 아래위로 분주히 움직였다가 사라지면, 그리고 카라마츠군이 후- 하고 바람을 불면, 나의 손톱이 갈려서 나온 하얀 가루가 바닥 위로 떨어졌다. 사가사각 들려오는 의외로 좋은 소리, 카라마츠군의 따뜻한 체온, 그의 머리카락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 가만히 그것들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문득 방 안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이 살갑게 느껴지면서 조금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카라마츠군은 손톱이 완전히 매끈해지자 비로소 내 손을 놓아주었다. 도구를 다시 챙겨넣는 것부터 뒷정리를 하는 것까지, 아주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니 카라마츠군은 남자인데도 언제나 손톱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구나." "카라마츠걸즈를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의 손톱은 여자인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로 깨끗하다. 깨끗하달까, 예쁘다. 적당한 길이에 투명하고, 안쪽은 생기있는 선홍빛을 띠고 있다. 여태껏 손톱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에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였지만, 그 사소한 것 하나가 어떨 때는 상대방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