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아무 생각없이 카라마츠군을 따라 나섰다가, 그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카라마츠군은 오늘도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는구나. 아무리 남성체에게 뜨거운 것 보단 차가운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는 몸을 데워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이한치한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체온이 떨어지면 오히려 면역력이 줄어들거야.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지만 나중에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 … … 캔을 기울이며 카라마츠군의 모습을 훑어보던 나는 벤치 위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가느다란 손가락에서 문득 시선을 멈추었다. 그의 손은 딱히 떨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유리창에 초겨울의 서리가 붙은 것처럼 하얗게 도드라져 있었다. 나는 조용히 캔을 내려놓고 공원 한편에 몰려있는 인파를 가리키며 그에 대한 일상적인 말을 꺼냈고, 그 사이 대수롭지 않은 척, 능청스럽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 카라마츠군은 나의 그러한 은밀하고도 대담한 행동에 잠시나마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었다. 그것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가 눈사람에게 장갑을 끼워주는 장면을 보고 있는 어른의 모습 같았다. "난 괜찮다. 원래 체질이 그런 건지, 그냥 둔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정말 혹독한 겨울이 아니면 추위를 잘 안 타거든. 그러니까 따뜻한 캔을 감싸쥐던지, 다시 주머니에 넣든지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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