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아침을 먹고 방에서 책을 읽다가 간식으로 먹을 갓구운 빵을 사러 베이커리에 다녀왔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시끌벅적했었는데 그새 모두 외출을 했는지 현관에서부터 정막함이 느껴진다.

 빵과 함께 사온 생크림을 냉장고에 넣어두기 위해 주방으로 가니, 누군가 아주머니의 앞치마를 매고서 싱크대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뒷모습만으로는 헷갈리지만 티셔츠의 색깔로 알 수 있다. 카라마츠가 홀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아주머니는?"

 "볼일이 있어서 급하게 나가셨다."

 "그래서 네가 설거지 같은 걸 하고 있는 거구나."

 "엄마가 계셔도 가끔은 내가 한다만."

 그는 접시에 거품을 내고 물로 씻어낸 뒤 거치대에 꽂아놓는 일을 반복하며 손끝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 말에 대답했다.

 "왜 찬물로 해? 장갑이라도 끼고 하던가."

 "금방 끝난다. 그런 건 껴봤자 거슬리기만 해."

 설거지를 하다가 흘러내렸는지, 언제나 깔끔하게 접혀있는 파란 소매가 카라마츠의 가느다란 손목을 덮고 있다. 조심스레 손을 뻗고, 물이 묻지 않도록 접어올린다. 한 번, 두 번… 반대쪽도.

 "고맙다."

 "마른 수건으로 닦는 건 내가 할게."

 "가서 빵이나 먹고 있어라. 이거 다 하고나면 차를 가져다 줄 테니."

 "……."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나는 너무 구식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인 걸까. 최근들어서는 요리하는 남자라던가 그 밖의 가사일을 하는 남자가 꽤나 흔한 모양이지만, 새삼 감동이 느껴진다.

 "카라마츠는 분명 좋은 남편이 될 거야."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잡혀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이 남자는 상냥해도 너무 상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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