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내내 누워있더니 답답했나보군."
다리의 난간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괸 채 정처없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수면을 바라보고 있던 카라마츠군은 두어 번쯤 무시당할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곧바로 내 목소리에 반응하며 자세를 바로잡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는 산책을 하자는 내 제안을 받아들여, 조금 휘청거리는 나를 위해 오른팔로 가볍게 등을 감싸고 길을 인도해주었다. "그나저나 방금 전에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별 것 아니다." "뭔데?" "그냥 잘 흘러가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왠지 쓸쓸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길래 머릿속에서 시라도 짓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랬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꽤 오랫동안 감수성이 메말라 있는 상태여서 말이다." 나는 카라마츠군의 성격 치고 너무 의외의 대답이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눈을 크게 뜨며 말 없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나의 고요했던 마음을 신경질적으로 긁어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내게 필요했던 것은 '꽤 오랫동안'이라는 어느정도의 기간을 나타내는 정보 보다도, '언제부터'라는 시점에 대한 정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카라마츠군의 말대로 그의 눈빛과 전체적인 표정이 활력이 넘치던 예전과 달리 조금은 지쳐보이고, 우울해보였기 때문이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마츠노가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즉 그와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그랬다. 물론 그 전의 카라마츠군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 얘기로만 들었을 뿐인 내게는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신경을 자극하는 페로몬을 가진 오메가로서, 자신이 평화롭게 지내던 카라마츠군을 망쳐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불안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나란 녀석은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질 만큼 정말 단순해." "?"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하면 덜컥 마음이 죽어버리고, 죽은 마음이 되살아나는가 싶으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되거든. 마치 이 안에서 그것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카라마츠군은 대수롭지 않은 농담을 내뱉듯이 웃고 있었지만, 손가락으로 가슴 위에 원을 그릴 때 그의 눈동자는 짙은 외로움을 띠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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