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들었어. 지난번에 다른 녀석들이 너만 쏙 빼놓고 배를 전부 먹어치웠다면서? 오늘 장보러 나갔다가 네가 생각나서 사왔는데, 먹ㅇ…….”
주르륵─. “우어어어!!! 어째서 우는 거야, 카라마츠?!!! 왜 그래?!!! 배 싫어해?!!!” “아니……. 그때의 서러움과 지금 너에 대한 고마움으로 감정이 북받쳐올라서 그만…….” “그, 그냥 배일 뿐인데 카라마츠도 참……. 자, 그만 울고 얼른 먹어.” 은색 쟁반 위의 하얗고 물기가 어려 반짝거리는 배를 한 조각 집어서 카라마츠의 앞으로 내밀자, 그가 포크를 받아들고서 그 배를 한입 베어먹는다. 그동안 이치마츠의 응석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입으로 받아먹는 편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카라마츠가 포크로 배를 찔러서 입에 넣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것은 이것대로……. 귀엽다. 나도 참, 어째서 매번 남자를 상대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예쁘군.” 그가 배를 먹다 말고 빨간 입술로 싱그럽게 웃으며 말한다. 혹시 배를 말하는 건가? “아아……. 나 혼자 먹을 때는 대충 깎는데, 카라마츠에게 줄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신경이 쓰여서…….” “배가 아니라 너 말이다.” “…….”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다고, 그 소리다.” “아, 아하하… 그렇구나. 난 또…” “물론 너는 얼굴도 예쁘다만.” 윽, 또 왔다. 방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부탁이니까 매번 진심으로 칭찬하지말라고……. 위험하잖아……. 우물우물─. 그보다 무언가 먹고 있는 카라마츠 정말 귀엽네……. 식사 때는 그다지 눈을 마주치지 않으니까 몰랐는데……. 저 통통한 볼살 좀 봐……. 꼬집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건 실례겠지……. 괜한 짓 하지 말고 얌전히 있자……. “너도 먹어라.” “난 괜찮아. 이건 전부 카라마츠를 위해서 깎은 거니까.” “자, 어서.” “에…” 내가 포크를 받으려 하자, 카라마츠가 그것을 뒤로 슬쩍 뺐다가 다시 내 앞으로 내민다. 정확히는 내 입 앞으로. 설마. 이런 리버스한 상황은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아 해라.” “내가 먹을게.” “난 아무에게나 음식시중을 들어주지 않는다.” 다시 손을 뻗어보아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 하는 수 없이 그가 내민 배를 받아먹는다. 달고, 달고, 달다……. 달콤함이 목을 타고 가슴으로 내려가 서서히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달콤함에 젖어드는 기분. 정말, 이런 것에는 익숙하지가 않다. “내 뺨에 뭔가 묻었나?” “에? 아, 아니, 아, 아무것도.” 무심코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무얼 바보처럼 넋을 놓고 있는 거지, 나는……. “실은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배가?” “아아. 어렸을 때 왜, 그런 얘기를 하잖냐. 첫키스는 레몬맛이라는 둥 복숭아맛이라는 둥. 그때 ‘나는 배가 좋은데-’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좋아한다.” 첫키스로 배맛이라…….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원하고 맛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과 배를 나눠먹다가 번뜩 눈이 맞아서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렇네. 카라마츠에게는 그게 가장 좋을지도.” 아까 베어먹었던 배를 마저 입에 넣고서 우물거린다. 그런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카라마츠. 왠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이제와서이지만 정말 눈치가 없군.” “응?” “아니다. 자, 하나 더 먹어라.” 카라마츠가 내민 배를 조금 전처럼 베어먹으려 했더니, 갑자기 그 배가 뒤로 슥 빠진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그는 그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내가 다시 배를 먹으려 하자, 그가 또 포크를 슥 뺀다. 그리고 여전히 웃고 있다. “카라마츠.” “미안, 조금 심술이 나서.” 비로소 그가 내게 배를 먹게 해준다. 역시 달다……. “시스터.” “응?” “다음에 배를 먹을 때 내가 오늘과 똑같은 말을 하면 그때는…….” 그는 아직 배가 들어 있어서 불룩한 내 두 뺨을 한손으로 살짝 움켜쥐었다. 이윽고 내 입술은 붕어처럼 동그랗게 오므라졌다. “그때는 말이다, 나로부터 도망쳐라.” 그렇게 말한 뒤 웃으며 내게서 손을 거둔 그는 왠지 탐욕스러운 눈빛을 하고서 입술을 한 번 슥 핥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다시 배를 먹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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