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에 갔다가 뜻 밖의 일을 겪은 뒤.
나는 1층의 부엌에서 장바구니 안의 물건을 정리하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땀에 젖은 외투를 벗고 있자니, 아무래도 카라마츠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형제들의 방에 가보았다. … … … 방은 비어있었다. 아니, 카라마츠가 베란다에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난간에 기대어서. 손을 사용하지도 않고, 그답지 않게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닫혀 있는 베란다의 문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카라마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와 눈이 마주친 카라마츠가 머지않아 내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을 했다. 조금 망설여졌지만, 나는 문을 열고 베란다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와 계속 거리를 유지했다. "좀 더 가까이 와라. 물지 않을 테니까." "……." "정말이다. 아까 그 녀석들을 패서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어."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카라마츠의 앞으로 기어갔다. 그가 내게 손을 뻗는 순간, 조금 전까지 코끝에 어른거리던 멘솔향이 나를 강하게 덮쳐왔다. 그는 내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나를 멀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를 두 팔로 끌어안고, 커다란 손으로 내 뒤통수를 상냥하게 감싸주었다. "많이 놀랐지…" 그가 나의 머리맡에서 평소보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것이 나를 안심시켜주려는 노력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속에 그의 러트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에게 안겨 있으면서도 자신의 몸을 완전히 맡기지는 않았다. "난 괜찮아. 그보다는 네가 걱정이야." 나는 끝내 카라마츠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아까 너도 맞았지? 어디 맞았어? 안 아파?" "……." 카라마츠는 대답을 하지 않고 나를 멀그러니 쳐다보더니 난간에 머리를 기댄 채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일단 피를 좀 닦고 약을…" 그는 무릎을 펴고 일어나려는 나를 잡아당겨 또다시 품에 안았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그가 너무 꽉 끌어안아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약 같은 거 필요없다. 네가 걱정해주는 게 더 좋으니까." "이럴 때 응석부리지 마… 애 아니잖아." "애 맞다만."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뜨거운 뺨을 부비적거렸다. 그와 내 관계에서 응석을 부리는 쪽은 언제나 내쪽이었기에, 나에게는 그러한 상황이 상당히 낯설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그 순간 그의 행동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불안함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마음이 안정을 되찾은 다음에는, 카라마츠가 그러했듯이 그를 따뜻하게 감싸안아주었다. 어쩌면 나는. . . . 이것으로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