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서 며칠내내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간만에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태양이 뜨거워서 나왔다고 해도 겨우 집앞일 뿐이지만. 담벼락에 걸려 있는 우산 아래의 그늘에서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담배를 피우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카메라 화면을 집게손가락으로 늘려서, 요 며칠간 몇번이고 그렇게 했던 것처럼 카라마츠의 얼굴을 줌인했다. 최근에는 카메라기능에 대한 어플이 다양하게 나왔고, 그중에는 소리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들도 다수 있다. 일부러 그런 어플을 다운받는 것이 조금 음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럴 때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말이다. 내가…"

 "응, 응─."

 골목 안으로 들어가 집을 한바퀴 빙 돌아서, 반대쪽 모퉁이에 몸을 숨긴 뒤 또다시 화면을 늘린다. 이 남자, 딱히 오소마츠처럼 애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토도마츠처럼 싹싹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 . .

 "녀석을 완전히 얼간이로 만들어버렸다. 하하핫!"

 "아하하핫─. 형 굉장하네──."

 어째서일까, 가끔 이렇게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티 한 점 없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의 웃는 얼굴.

 "너무 웃어버린걸까나. 다음에 사과하지 않으면."

 "그렇게 해─.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심하잖아─."

 . . . . . . .

 역시 카라마츠는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

 …

 …

 …

 바람도 불지 않는 오늘은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특별한 것이 없다. 지붕 위에 홀로 앉아 휴대전화기의 앨범을 켜고, 손가락으로 액정을 슬라이드 해가며 지난 날 찍었던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이거 잘 나왔네."

 햇살이 비추는 창가에 앉아, 좋아하는 막대과자를 입에 물고, 커튼을 치기 위해 뒷쪽으로 손을 뻗는 카라마츠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우연… 아니, 행운이었다.

 "응, 멋있어."

 그렇잖아도 몰래 찍은 사진을, 사람의 얼굴에 집게 손가락을 마구 들이대면서 확대하고, 흐뭇한 웃음을 짓는 것은 어떨까.

 확실히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어쩔 수 없. . . .

 "정말이냐?"

 "꺄──!!!"

 갑자기 귓가에서 들려오는 카라마츠의 목소리.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언제부터였는지 그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은 채, 아주 해맑게.

 "사진 찍는 것에 취미라도 생겼나보군 그래."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여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휘청 하고 지붕 아래로 구를 뻔했는데, 카라마츠가 재빨리 내 허리를 감싸안아주어서 다행히 면할 수 있었다. 그는 내 허리에 팔을 두른 채 나를 끌어안고 내가 위험하지 않도록 자신에게 바짝 붙어 앉게 했다.

 "도촬하는 녀석 치고 너는 너무 티나게 행동했다. 바보녀석."

 카라마츠의 말투는 날카로웠지만, 그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래서 들켰다고 해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미안해."

 "네가 즐겁다면 아무래도 좋다만."

 그는 이치마츠와 내가 농담삼아 신이라고 부를정도로 놀라울 만한 상냥함을 지닌 남자다. 내가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장난을 쳐도, 결코 진심으로 화를 내는 법이 없다. 그런 그의 품에 안겨, 나는 잠시 편안함을 느꼈다.

 "굳이 몰래 찍어야 할 필요가 있었냐? 그냥 물어보면 찍으라고 말해줬을 텐데."

 "카라마츠는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을 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거든."

 넓은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노라면 문득 머리맡에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낮은 숨소리와도 같은, 특유의 웃음.

 "사실 좋은 사진이 많이 나왔어. 괜찮으면 너한테도 보내 줄…"

 내가 마음을 놓고 있을 때, 그는 내 이마 위에 키스를 했다. 쪽─ 하고, 아주 다정하게.

 "당황하는 거냐."

 "그야…"

 "키스하면 안 되는 거였군."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네가 너무 듣기좋은 말만 하니까 기뻐서 말이다."

 딱히 사과를 받아야할 정도로 불쾌했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조금 쑥스러웠다.

 "그래도 이상하게 나온 사진은 지워야 한다?"

 문득 그의 손가락이 나의 뺨을 부비적거린다. ──딱히… 이상한 것은 없었지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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