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쇼핑을 할까 해서 번화가로 나왔다. 북적이는 인파속에서 문득 눈에 익은 실루엣을 발견한 나는, "すみません(죄송합니다)"을 반복하며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카라마츠!"

 내가 세 번째로 이름을 불렀을 때 즈음 비로소 뒤를 돌아본 카라마츠는 내쪽으로 시선을 두면서도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곤란한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는 머지않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분명 내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어째서인가 나를 무시하고 그냥 가버렸던 것이다.

 "뭐야…?"

 …

 …

 …

 집에 도착한 나는 자신의 방에 물건을 내려놓은 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곧장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카라마츠는 나보다 먼저 집에 돌아와 있었다.

 "카라마츠."

 "아…"

 수납장 앞에 선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서랍 안에 넣은 뒤 나를 돌아보았다. 호기심에 서랍을 넌지시 쳐다보았지만, 그것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별 것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러느니 넘어가기로 했다.

 "아까 내가 불렀는데 왜 그냥 갔어?"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보더니 '아아…' 하고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시선을 모로 돌렸다.

 "그거 너였냐. 미안하다… 잘 보이지 않아서."

 "보이지 않아? 어째서? 시력 나빠졌어?"

 "아, 아니. 별로."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은근슬쩍 내게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고보니 너 아까 눈을 찌푸리던데. 시력 나빠진 거지? 그렇지?"

 "아니다."

 끝내 부인을 하는 카라마츠였지만, 그의 표정이나 행동들이 무언가 다른 것을 의미하고 있음을 나는 짐작했다. 그래서 유유히 돌아가는 척을 하다가, 기습적으로 그를 제치고 서랍을 열어 가장 윗쪽에 있는 물건을 꺼내들었다.

 "어, 어이!"

 허무하게도, 내가 손에 쥔 것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안경이었다. 그나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검은색의 뿔테 안경정도일까.

 "역시 시력 나빠진 거 맞잖아."

 이윽고 카라마츠의 눈동자에 당혹스러움이 비치더니,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외면했다.

 "왜 그래, 안경 쓰는 게 뭐 어때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손에 쥐고 있던 안경의 다리를 펴서 카라마츠에게 씌웠다.

 "뭐, 뭐하는 거냐."

 "잘 어울리는데, 뭘."

 카라마츠는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는 것도 잠시,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이치마츠는 찌질이범생이 같다고 놀렸다만."

 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 녀석은 네가 기무타쿠처럼 생겼어도 못생겼다고 할 걸."

 그러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하긴…'하고 중얼거렸다.

 "보이지 않는데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앞으로 시력이 더 나빠질 거야. 그러니까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말고 꼭 쓰고 다녀."

 "아직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라서… 괜찮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나는 끝내 안경을 벗어서 서랍에 돌려놓는 카라마츠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도 있잖아.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