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생겨서서 편의점에 가려는 나를 카라마츠가 붙잡았다. 그는 자기가 대신 사다주겠다며 뭐가 필요한지 물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미안해서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 뒤 우리는 누가 편의점에 가냐로 다툼 아닌 다툼을 하게 됐고, 결국 함께 집을 나서게 됐다.
… 편의점에서 볼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팔을 휘적거리며 걷고 있노라면, 문득 텅 빈 놀이터의 그네가 눈에 띈다. "카라마츠." "응?" "나 저거 타고 싶어." 어린애에게나 어울리는 그네를 타고 싶다니.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카라마츠는, 머지않아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좋을대로 하라고 했다. 나는 놀이터 안쪽으로 뛰어들어가서 그네에 앉았고, 능숙하게 발을 굴러 그것을 움직였다. 그러나 진짜 즐거움은, 나 혼자 발을 굴렀을 때가 아닌 카라마츠가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완전 높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마음 편히 무언가를 즐겼던 것이 언제였을까. 아마 내가 6살 때 오소마츠와 놀이터에서 놀았을 때였을 것이다. . . . . . . 나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스쳐지나가는 바람의 시원함을 느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덧 카라마츠가 내 앞에 있었다. "뛰어내릴 테니까 받아줘." "위험하니까 그냥 멈…" 나는 카라마츠가 말을 끝내기 전에 그네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 엉뚱한 곳에 떨어지지 않고 정확하게 카라마츠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이런, 이런." 카라마츠의 팔은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어서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정말이지 애가 따로 없군. 조금 진정해라." "너라면 받아줄 줄 알았어." 나는 여전히 가시지 않는 흥분속에서 그 어느때보다 유쾌하게 웃으며 땅에 발을 딛고 섰다. 그런 다음에는 놀이터 한켠의 또다른 놀이기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건 어때? 빙글빙글 도는 거." "또 타는 거냐." 가만히 있으면 카라마츠가 만류를 할 것 같아서, 나는 일부러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이 가리켰던 곳으로 달려갔다. 잠시 뒤에 나를 따라온 카라마츠는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뿐 제멋대로인 내게 딱히 핀잔을 주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움직일 테니까 꽉 잡고 있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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