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집안에만 있었더니 문득 바람이 쐬고 싶어져서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도 딱히 할 일은 없고─ 잠깐 참견할 만한 것이 없을까 싶어, 나는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우중충한 날씨 만큼이나 방안은 어두웠고, 그러한 가운데 카라마츠가 빛이 드는 창가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는 훑어보고 있던 종이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왔는가, 시스터." "뭘 보고 있는 거야?" "건강검진 결과다." 나는 카라마츠의 옆자리, 창틀에 걸터앉아 그가 손에 쥐고 있는 서류의 내용을 흘깃거렸다. 깔끔하게 타이핑된 문자와 그래프. 내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페로몬검사에 대한 내용인 듯했다. "역시…" "?" "카라마츠도 작년에 비해서 수치가 엄청 늘었구나. 나 때문에… 미안해." 내가 살며시 고개를 떨어뜨리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사과할 필요 없다. 한 집에 살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나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마음 놓고 그의 친절함에 기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으면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그런 말 하지 마라. 난 괜찮으니까." 카라마츠가 내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그의 손은 내게 잠시 머물러 있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내가 널 불편하게 할 때는 확실하게 말해줘." "말하면 어떡할 건데? 어차피 내가 참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잖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내가 입을 다물자, 카라마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렇게 신경쓰이나?" "당연하지, 나도 양심이 있는데." 그는 상체를 숙여 내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 내 리퀘스트를 하나 들어주지 않겠나." "리퀘스트…?"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가 내게 보란듯이 자신의 뺨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뺨에 키스. 해주면 조금 진정될 기분이 든다만." "될 리가 없잖아, 그 정도로…" 나는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도 순간 움찔- 했다. 어차피 내가 그이상의 일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 부끄럽고, 괜히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가. 그럼 허그까지 부탁해도 되나?" "어,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그 후로도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홀로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결국 카라마츠의 리퀘스트를 들어주기로 했다. 카라마츠가 원하는 대로 그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키스라고 해도 가볍게 입술을 부딪힌 것 뿐이라서 딱히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카라마츠가 내 허리에 팔을 두를 때는 무언가 찌릿- 하고 느껴졌다. 내가 흠칫 놀라듯이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추세우자, 그는 나머지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지며 왜 그러냐고 묻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슴의 소란을 가라앉히느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카라마츠는 그대로 계속 나를 보고 있다가 내 몸을 꼭 끌어안았다. 내 뺨에 머무르고 있던 그의 손이 점점 목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무언가 내 안의 몽롱한 기분을 날려버렸고, 쌔- 한 기분이 들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생각보다 먼저 카라마츠의 어깨를 붙잡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카라마츠?" "……." "카라마츠!" "……." 카라마츠는 내 세번째 외침에 비로소 대답을 돌려주었다. "불렀나?" 그의 손이 스르르 흘러내려 내 목에서 완전히 멀어지고나서야,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생각해?" "그냥 예쁜 목이다, 라고…" "아, 고, 고마워. 그보다 저기… 그만 놔줬으면 하는데." "그렇군. 미안하다." 그는 안을 때와 달리 꽤나 조심스러운 손길로 나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후 머릿속에 남은 석연찮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착각이었던 걸까? 그때 내가 카라마츠에게서 느꼈던 그 분위기는, 오소마츠나 이치마츠가 내게 '물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낼 때와는 사뭇 달랐다. 단순히 누군가의 살갗에 이빨을 찔러넣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닌, 그보다 훨씬 깊숙한 곳을 노리고 있는 듯한……. 이를 테면……. 살기와도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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