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도록 카라마츠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되었던 나는 저녁을 먹고나서 바람도 쐴겸 집밖으로 나가서 그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평선너머로부터 눈에 익은 실루엣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카라마츠였다.

 그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사념에 잠긴 듯 정면보다 조금 아래에 시선을 두고 있었고, 머지않아 나를 발견하고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문득 그의 옷에서 옅은 술냄새가 났다. 조금 피곤해 보일 뿐, 그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그가 안타까워 보여서, 그런 터무니없는 농담을 내뱉었던 것이었다.

 . . . . . .

 카라마츠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런 말 하면 내가 당황하면서 거절할 줄 알았지?"

 그는 내 팔을 붙잡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 순간 당황한 것은 당연히 내 쪽이었다.

 "가만히 있어라."

 내가 뒷걸음질을 치며 무심코 저항을 하자, 그는 나를 붙잡은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그런 다음에는 정말로 나를 물기라도 하려는 듯이 내 허리를 감싸안고, 내 목덜미에 이빨을 들이댔다. 그대로 가다간 영락없이 농담이 현실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만둬!"

 "네가 먼저 각인하자고 했잖냐."

 나는 카라마츠의 이빨을 피해 고개를 뒤로젖히다가 무게중심이 완전히 뒷쪽으로 쏠려서 허리가 꺾인 모양이 되었다. 물론 카라마츠의 팔이 받쳐주고 있어서 넘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대로 물려버릴 바에는 차라리 넘어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까라고 했지, 하자라고는 안 했어!"

 "어쨌든 나는 네가 꺼낸 말 때문에 참을 수 없게 됐으니까 책임져라."

 "뭣…"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카라마츠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나는 조금 더 저항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끝내 치마를 걷어올리고 숨겨왔던 비밀무기 정강이를 휘둘렀다.

 "워, 워, 워, 워, 워! 어이, 어이, 어이!"

 그 순간 카라마츠는 내 정강이를 다리로 막으며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아무리 남자의 존엄성에 위협을 받는 순간이었다고 해도, 카라마츠가 그 정도로 식겁을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나를 죽일 셈이냐. 어휴─…"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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