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오비토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러한 나의 마음도 점점 간절해져 간다.
아직은 어릴지라도 그가 나의 햇빛, 따스함, 즐거움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다.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무엇도 오비토를 빠뜨리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며칠 전에 책을 읽다가 흑요석이라는 돌을 알게 됐는데 그중에서 파란 흑요석은 짙은 검은색에 은은한 푸른빛을 띤다. 보자마자 달링의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꽃에 비유하자면 순수한 목련꽃, 향기에 비유하자면 나무에 조목조목 매달린 파릇파릇하고 상큼한 귤(내가 이 얘기를 했더니 카카시가 한동안 웃느라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에게 문학적인 재능이 있었다면 좀 더 다양한 것들에 빗대어 달링의 매력을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오늘도 방과후 오비토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그를 기다렸다. 늘 그랬듯이 멀리서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고,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자연스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꾸준히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온 덕분인지 오비토는 어느 날부터인가 나와 마주치는 것을 더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자신의 손끝만 바라보며 한동안 뜸을 들였다. 오비토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려서 앞뒤를 생각할 경황 따위는 없었다. 나는 무심코 숨을 참았다가 더는 참지 못하게 되었고,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내뱉어 버렸다. "치, 친하게 지내자!" 주변에 아카데미의 남자애들이 한 명도 없었기에 다행이었다. 누군가 들었다면 내일부터는 더 심하게 놀리겠지. 두 손을 꼭 쥐며 외쳤으니 여자애들은 내가 오비토에게 결투신청을 했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오비토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한숨소리가 들려오더니,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어째서 너일까." 나는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렇게 마주치는 것도, 부끄러워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것도, 어째서 그녀가 아니라 언제나 너인 걸까."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이 흐르자, 오비토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그냥 내 개인적인 문제야. 실은 나, 전부터 어떤 여자애를 짝사랑하고 있거든." 그녀는 나의 단짝이기도 했다. 오비토가 린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말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두 사람을 바라보는 입장으로서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새삼스레 나는 오비토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 내가 어찌해 봤자 결국에는 짝사랑이라는 게 슬프기도 하고, 그동안 혼자 무슨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었나 부끄럽기도 하고. . . .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말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뭐?" "오비토 군이 좋아하는 여자애와 친해져서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신 물어볼 수 있고… 너의 좋은 점을 매일 얘기해서 지금보다 가까워지게 할 수 있고…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어……." "저, 정말?" 그러니까 친하게 지내자는 내 말을 무시하지 말아줘. 나도 가끔은 멀리서 지켜보는 게 아니라, 너의 옆에 있고 싶어. 지금은 좋아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다정한 목소리로 칭찬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면… 착하구나, 똑똑하구나… 그리고… 예, 예쁘구나라고…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좋아, 오늘부터 친하게 지내는 거야." 나는 오비토와 손을 잡고 약속했다.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그의 사랑을 응원해 주기로. 정말 좋아한다면 아파도 참아야 하는 거라고 자신을 다그쳤다. 나 혼자서 좋아하고, 혼자서 기뻐하고, 언제나 자신에게 즐거운 상상만으로 가득해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나도 카카시를 따라다니는 여자애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어때? 좋아하는 녀석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울 테니까 말만 해!"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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