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오비토는 다른 곳을 보고 있지만, 짝사랑 탈출은 나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리하여 '짝사랑 탈출 도모회'라고 적은 플랜카드를 탁자에 펼쳐 놓고, 간식으로 귤을 준비했다. 마주앉은 두 사람은 각자의 짝사랑에 대해 심오한 담론을 펼쳤다. "녀석이 잘난 건 인정한다구… 그렇다 해도, 녀석보다 내가 더 잘해줄 수 있단 걸 알아달란 거야." "맞아, 그래야 우리도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잖아.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알아 줬으면 좋겠어." 할머니께서 나를 예뻐해 주셔서 자연스레 오비토의 집에 놀러올 수 있게 되었다. 서툰 솜씨로 만든 지갑과 손가방을 받아 주신 것만으로 기뻤고, 예전부터 예쁨 받는 린을 부러워했기에 정말이지 행복했다. "여자들의 문제는, 좋아하는 녀석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고 자기만의 이상형을 만들어서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 거야." 카카시를 쫓아다니는 무리는 내가 보기에도 그런 여자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카카시가 피곤해하는 것은 보지 못하면서 잘해줄 수 있다고, 그에게는 내가 필요하다고, 멋대로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린은 정말로 카카시를 좋아한다. 그녀가 나의 단짝이라서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앞서 말했던 경우에 비하면 좀 더 진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짝사랑은 라이벌과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내 이기심 때문에 오비토가 나를 싫어하게 된다면 어찌해야 할까.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혼자 앓는 게 낫다. 자신의 마음을 잠시 외면하면 된다. 대신 지금처럼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 주는 거다. "하지만 오비토 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린이라면 알 거야. 아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오비토 군이 얼마나 좋은 남자애인지, 자기에게 얼마나 잘해주고 있는지도." 지금의 린이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녀는 과거부터 줄곧 오비토를 지켜봤다. 어쩌면 본인이 오비토의 짝사랑 상대라는 사실을 알아챘을지도, 그에게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쎄… 린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뻐…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말야…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것 같아……." 린은 오비토에게 단지 좋아하는 여자애가 아닌 정신적으로 기대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계속 문을 두드렸지만,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문득 뺨을 감싸는 따뜻한 손. 나는 금세 얼굴이 빨개졌다. 오비토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너에게는… 이렇게나 쉽게 닿을 수 있는데……."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손길에 아픔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 오비토는 정말, 정말, 린이 좋은 거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나의 사랑이 전해졌다는 기분이 들었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응, 오비토 군… 난 너를 정말 좋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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