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에 홀로 남겨져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주변에는 오직 어둠뿐이었다. 누구도 나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 오비토가 나타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운명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놀랍게도 두려움이 사라졌다.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오비토가 나타나서야 비로소 나는 별을 볼 수 있었고, 빛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자 멀리서 또 하나의 작은 불빛이 보였다. 자연의 품에 안긴 듯 나뭇잎에 둘러싸인 우리 마을이었다.

 나를 업어 주었던 넓은 등과 땀냄새, 따뜻하게 달래는 목소리, 웃음소리. . . . 운명을 깨달은 뒤 머지않아 나는 사랑을 느꼈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어둠속에서 사랑은 홀로 반짝이는 빛이며 이정표였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는 몸을 기대었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처럼 자연스레 따라가기로 했다. 빛이 흐릿해져 보이지 않을 때도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으리라 믿었다. 어떤 위험과 두려움에도 나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

 우치하 일족의 터전을 서성거리던 나는 마침내 오비토의 모습을 발견했다. 검푸른 머리카락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은 모습. 양손에 들려 있는 봉투를 보니 심부름을 다녀온 것 같았다.

 "안녕."

 "안녕, 잘 지냈어?"

 나를 기억하고 있다. 내게 안부를 물어보았다. 그것만으로 나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하지만 곧 난관에 봉착했다. 이제 무슨 말을 하지. 오비토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짐을 나누어 들어 주겠다고 해야 하나.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 이상한 애라고 생각할 거야. 정신차리자. 정신… 정신없는 나의 사고는 오비토가 내 이마에 손을 얹음과 동시에 멈추었다. 찰나의 순간 번개가 쳤다가 잠잠해지더니 따스한 햇살이 이마를 감싸는 듯했다.

 몽롱한 기분으로부터 벗어나 정신을 차렸지만 의식이 선명해질수록 얼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몸은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오… 오비토 군……."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고마워. 좋아해. 사랑해. 아니, 뒤에 두 개는 아니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중에 좀 더 멋진 여자가 되면… 그때… 후아아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한 나는 가까스로 발을 딛고 섰다. 오비토와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푸슈우우욱. 연기가 날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어떡하지. 분명히 많은 방법들이 있을 텐데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또 올게……."

 나는 겸연쩍게 중얼거린 뒤 돌아서서 줄행랑을 쳤다. 선명하게 대비되는 바닥의 빛과 그림자가 빠르게 시야를 지나갔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숨이 가라앉을 때 즈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는 환희의 웃음을 터뜨렸다. 따스한 봄날의 햇빛과 향기로운 바람도 함께인 듯했다.

 그와 다시 만났다. 인사를 나눴다.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이마와 손이… 여전히 감각이 남아 있었다.

 "오비토 군……."

 나 어쩌면 좋아. 너의 신부가 되고 싶어. 아침에 일어나서 너를 깨우고, 같이 밥을 먹고, 외투를 입혀 주고, 뽀뽀하고…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어.

 "내 사랑…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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