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도 나는 여러 개의 교양과목 중에서 가정실습을 선택했다. 내가 생각하는 성숙한 여자의 모습, 이를 테면 남편이 아내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솜씨있게 해낼 수 있는 능력들을 미리 연습해 두기 위해서다.

 좋은 아내가 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훌륭한 쿠노이치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과 마찬가지로, 내가 여자아이로서 자연스레 품게 된 이상향이다.

 지난번에 이어 오늘은 수예를 배웠다. 거의 완성되어가는 손가방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지금까지 단 몇 차례 수업에 참여했을 뿐이지만 실력이 늘어서 전보다 훨씬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서툴게 만든 지갑이라도 기쁘게 받아 주셨으니까, 그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오비토네 할머니를 위해 만든 것이다.

 저번에는 불쑥 찾아가서 조금 민망했는데, 이번에는 할머니께 미리 허락을 받았다. '다음에 또 놀려오렴'이라고, 머리를 쓰담드어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헤헤헷.

 시계를 보니 남은 수업시간은 15분 정도다. 이쯤에서 마무리지어야겠지.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마무리를 도와주시느라 바쁘신 듯하고, 이미 완성한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돌아다닌다. 그래서 누군가 교실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오는데도 아무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갑자기 옆에서 검푸른 색의 머리가 쑤욱 올라와서 깜짝 놀랐다.

 "꺄…! 오, 오비토 ㄱ…"

 "쉿-."

 그는 검지를 입술로 가져가더니 짝꿍이 비워둔 자리에 능청스레 앉았다.

 "어떻게 된 거야…?"

 "수업이 일찍 끝나서, 놀러 왔어."

 나는 먼저 선생님의 동향을 살핀 뒤 카카시를 돌아보았다.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카카시를 찾는 버릇이 생겼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냐는 눈빛을 보내자, 괜찮다는 건지,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린은…?"

 "여자애들이랑."

 장난꾸러기 같은 나의 달링, 자신과는 상관없는 교실에 들어와서 마치 제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마냥 자연스레 행동하고 있다. 카카시의 말대로 기척을 잘 숨기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린에게 돌아가는 편이…"

 "내가 끼어들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어. 게다가 지금 만들고 있는 손가방도 우리 할머니한테 드릴 거라고 했잖아.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

 "으, 으음… 여기에 단추장식을 달고 싶은데……."

 "그럼 바늘에 실을 꿰어야겠네. 그거라면 할머니 대신 자주 하니까…"

 따뜻한 체온이 손등에 느껴졌을 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오비토가 내 손을 잡는 건 줄 알고 가슴이 쿵 뛰었다. 마감부분에 실이 튀어나와 있어서 가위를 집으려는 찰나, 손끝이 살짝 스친 것이었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져서 고개를 숙였다. 누구에게도 부끄러워서 얘기할 수 없는 완벽한 착각이 아니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의 두근거림은 놀라울 만큼 가속되었다. 그때 오비토가 이쪽을 돌아보더니 갑자기 덥석, 정말 내 손을 붙잡았다.

 "손가락에 상처난 거 봐… 대체 몇 번을 찔린 거야?"

 "나…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좋지. 당황한 나는 조금 전처럼 카카시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아까와 달리, 그는 묘한 눈빛으로 이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 우리 집에 갈 거지? 저번처럼 내가 약 발라줄게."

 오비토는 태연하게 손을 놓은 뒤 바늘에 실을 끼우고, 겸사로 단추가 들어 있는 상자에서 할머니께서 좋아하실 만한 것을 골라 주었다. 단추를 달고 마감하자 그럴싸한 손가방이 완성되었다.

 "할머니가 좋아하겠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카카시가 너를 되게 쳐다본다."

 "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카카시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여자애들에게 둘러쌓여 있어서 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오비토가 잘못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카카시가 나를 봤다면 아마도 바느질에 서툰 내가 걱정되어서였을 것이다.

 "너도 틈만 나면 쳐다보더라?"

 "……."

 카카시는 어머니가 안 계시기 때문에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집안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남자애들 중에서는 드물게 가정실습을 선택한 것이고 바느질도 물론 잘한다.

 "매일 둘이서만 속닥거리지 말고, 재밌는 얘기가 있으면 나한테도 들려줘."

 재밌는 얘기라고 해봤자 내가 하는 얘기는 오비토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같은 상황에서 오비토에게 얘기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얘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네 짝꿍 돌아온다. 이따 교실에서 보자."

 오비토는 주의를 살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척 숨기기 만큼은 정말 카카시 못지 않았다. 그는 멍한 표정의 나를 보며 피식 웃더니, 사랑스럽고도 짓궂은 손으로 내 뺨을 만져 주었다. 그리고는 먼저 교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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