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토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다. 고된 단련에 지쳐 쉬는 모습이라든지, 얼굴의 생채기가 있는 것은 보통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조금 지나면 털고 일어나겠지만 오늘따라 어깨에 힘이 없다. 지난번 대련 이후로 부담이 커진 것일까.

 "어째서 내가 한심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마다 당연한 것처럼 나타나는 거야."

 "린은 없으니까 안심해."

 "……."

 오비토도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는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겠지. 그래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이따금씩 나와 있을 때는 약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솔직하게 내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나 보다.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기에 슬그머니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구부리고 앉았다.

 "오늘도 엉망진창이네… 후훗-."

 그가 발끈하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래도 멋있어-."

 사랑이 흘러넘쳐서 기다릴 수 없었다.

 숲으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녹음의 향기를 품고 있어 상쾌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도, 더러워진 옷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오비토가 기대어 있는 커다란 나무 너머에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크레파스로 칠한 것처럼 선명한 푸른색의 하늘.

 덕분에 나는 기분탓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스러운 달링의 뺨이, 놀랍게도, 나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카카시 바라기 주제… 말은 잘 해……."

 모처럼 마주앉았는데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쩌면 내가 카카시를 좋아한다고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부정할 수 없었다. 카카시 바라기라는 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니까.

 오비토의 앞에서 돌이켜보니 새삼 부끄럽다. 이런 나라도 그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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