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앗,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리를 만나러 왔다. 리는 언제나 같은 장소에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오늘도 아무런 기별 없이 찾아온 것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여기서 수련을 하고 있다. 옷은 너덜너덜, 몸은 상처투성이. 오로지 단정한 녀석의 머리카락만이 부는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린다. "쉬어가면서 하고 있는 거야? 너무 무리하지 마." "전 괜찮습니다! 힘들면 힘들 수록 의욕이 활활 불타오릅니다! 오오오!" "정말, 가이랑 똑같다니까. 못말려." "그것 뿐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만나러 와주셔서, 기뻐서, 지금까지 쌓였던 피로가 싹 사라졌습니다!" "사라질 리가 없잖아. 자, 선생님 명령이야. 잠깐 휴식! 상처 낫게 해줄 테니까 팔에 붕대 풀고 여기 앉아." "그래봤자 잔상처 뿐입니다." "얼른-!" "예, 옛!" 바닥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치니 리가 허둥지둥 달려와 내 옆에 앉는다. 말 그대로 어린 시절의 가이와 똑같다. 굳이 다른 것을 말하자면 가이보다 좀 더 마음이 여리고 예의가 바르다는 점일까. 어쩌면 그것마저 그냥 같은 부분일지도 모른다. 가이는 내 친구, 녀석은 제자로 입장이 다르니까. 정직하고 성실한 리에게는 특유의 분위기랄까, 묘한 힘이 있다. 다른 사람 같으면 당신이 와서 기쁘다라는 말을 듣고 당연히 반쯤 빈말이라고 생각할 텐데, 리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고 말투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리와 함께 있으면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역시, 잔상처가 많아도 너무 많아. 이렇게까지 되어서는 아프지도 않아?" "전혀요! 그… 슬슬 선생님께서 만나러 와주실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면 또 선생님이 낫게 해주실 테니까, 마음이 굉장히 든든해서 조금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너는 언제나 몸의 문제를 마음으로 해결하는 거야. 아프지 않다는 생각만으로 상처는 낫지 않는다구. 가이 자식, 항상 뚜들겨 패는 거 외에 가르치는 게 뭐야? 싸우는 법 만큼 상처 치료도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정말 섬세하질 못하다니까!" "우, 우왓… 가이선생님을 탓하지 말아주세요. 다친 것도, 스스로 처치하지 않았던 것도 제 잘못입니다." "아니, 그건 괜찮아. 제자가 선생님한테 의지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내가 화난 건 널 그토록 아끼면서 가장 기본적인 걸 빠뜨려 버리는 바보 가이 때문이라구. 나중에 만나면 헤드록을 걸어주겠어." "에에… 저 때문에 그런… 죄송합니다, 가이 선생님……." 고개를 숙인 채 뺨을 긁적이는 리를 보고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짓는다. 이 녀석은 옛날의 가이처럼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이 귀여움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을 텐데, 부담스런 눈썹 때문인지 둘 다 여자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편이다. "자, 됐다. 하는 김에 이미 아문 상처들도 조금 봐뒀어." "감사합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선생님의 치료 인술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잠깐 사이에 이렇게 몸이 가벼워지고… 뭐랄까, 따뜻한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내가 고마운걸.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원해서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애들에겐 내 인술을 전수해줄 수 있지만 리는 체술밖에 하지 못하니까 직접 봐주지 않으면 안 되잖아. 언제나 무리를 해서 걱정도 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선생님께 괜한 걱정을 끼쳐드려서… 그치만 전 무리를 해서라도 하루빨리 훌륭한 닌자가 되고 싶어요. 이런 저를 보살펴주신 선생님의 은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선생님이 늙으면 자주 찾아와서 말벗 좀 해줘. 분명 난 죽을 때까지 혼자 살게 될 테니까." "혼자라니요, 그럴 리 없습니다! 선생님께선 조만간 좋은 남자를 만나서 분명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사시게 될 겁니다!" "후훗, 고마워." 리는 언제나 진심이다. 두 주먹을 가슴 앞에 꼭 쥐어보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녀석이 귀여워서, 웃으며 나지막이 말하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웃는 얼굴을 가지고 계신데, 언제까지고 혼자이실 리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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