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한 것 말고 사적인 질문은 안 되냐 이거?"

 "사적인 질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상당히 의외의 것이어서 오히려 질문을 받는 입장인 이쪽의 호기심이 마구 부풀어오른다. 선생님에게 사적인 질문이라니, 뭘까.

 "예전 수업 중에 애들이 선생님한테 첫사랑에 대해 물어봤던 거 기억하냐 이거?"

 "그야 물론, 새로운 반을 맡을 때 마다 늘 한 번 씩은 있는 일인 걸."

 "그때 선생님은 재밌는 추억이라고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나, 봤다 이거."

 "봤다니, 뭘?"

 "다시 칠판으로 돌아서는 순간 선생님의 얼굴,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거."

 "……."

 "선생님의 그런 얼굴은 처음 봤다 이거… 그땐 그냥 그러느니 했지만… 이제와서는 좀 신경쓰여서… 조금만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이거."

 문득 머릿속이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나는 어디까지 그 추억을 가슴으로부터 꺼내서, 어디까지 얘기하면 좋은 걸까.

 "선생님의 첫사랑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어. 코노하마루가 태어나기 전, 아직 이 땅에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때 임무 중 전사했거든."

 "아… 미안하다, 이거."

 "아니, 괜찮아. 선생님은 그런 현실속에서 살아왔는 걸. 그와 같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선생님이 사랑하는 너희가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니까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야."

 "할아버지에게 언제나 듣고 있다 이거. 언제나 순직자들에게 감사하며 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응, 그 정도만이라도 알아준다면 선생님은 기뻐."

 쓰담쓰담-. 코노하마루가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며 잠시 침묵한다. 어려도 어엿한 나뭇잎 마을의 주민. 분명 가슴에 와닿는 무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선생님은 그때 그런 식으로 이별했던 게 너무 아파서…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 거냐 이거?"

 "에…"

 "얼마 전 아스마 삼촌한테 들었다 이거. 선생님은 아마도 아직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을 거라고."

 "어, 어떨까나… 딱히 그 사람 때문에 다시 사랑하지 못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긁적) 그렇네, 아직 잊어 버리지 못한 건 맞는 것 같아. 하하하."

 "그런 것도 보답받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야 되는 거냐 이거?"

 "응?"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하지만 그 사람 덕분에 지금 평화롭게 살고 있어. 그러니까 계속 사랑하게 두어도 되는 거냐 이거? 응원해줘야 하는 거냐 이거?"

 "선생님도 거기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음……."

 "선생님의 그 사랑, 난 동의 못한다 이거."

 아까부터 진지한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생각치 못했던 전개에 당황스럽달까, 지금부터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응원하고 싶지 않다 이거. 그도 그럴 것이 죽은 그 사람은 선생님을 슬프게 하는 걸."

 "……."

 이 아이는 진심으로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녀석의 표정, 말투, 그러한 것들로부터 내 가슴으로 깊숙이 스며들어온다. 사제 관계를 떠나서 녀석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고마워, 코노하마루. 선생님은 괜찮아."

 코노마하루의 작은 몸을 끌어안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이것은 언제나의 칭찬이나 위로 같은 것이 아니다. 내 가슴이 이렇게 하고 싶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얼마 전에 친구에게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생겼다 이거."

 "응, 그런데?"

 "자신의 마음에 대한 보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녀석은 그 아이를 위해서 뒤에서 응원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난 아니라고 말해줄 거다 이거. 분명 그보다 훨씬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후후훗, 그렇네. 그 정도의 사랑이라면 분명 그럴 거야."

 앞으로 찾아올 봄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 씨앗. 녀석의 보드라운 뺨에 손을 뻗어 살며시 어루만지노라면, 새싹과도 같은 푸른 빛으로 빛나는 웃음이 나의 시야를 덮는다. 이 싹이 자라서 앞으로 얼마나 멋진 나무로 성장할지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면 설령 다시 사랑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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