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노하마루는 고민이 무엇인지 내게 말해줄 수 없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교사로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접수대의 업무가 없어 일찍 퇴근하는 날을 골라, 코노하마루의 집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일단 학적부에 적힌 주소대로 찾아오긴 했는데……. 코노하마루가 나뭇잎 마을 3대 명문가 중 하나인 사루토비 본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담벼락을 지나올 때부터 뭔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입구에 도착해서 보니 실로 그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전통 가옥의 웅장함과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철제 문고리를 움켜쥐고 대문을 두드린다. 쿵- 쿵- 깊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닌자 학교에서 코노하마루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오늘 가정방문으로 왔습니다만……." "예, 선생님이시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하수인으로 보이는 여자의 안내를 받아 코노하마루의 방에 도착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시야에 들어온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놀랐는데, 주변을 돌려보니 양 옆으로 그만한 공간이 더 있다. "정말 이곳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손님을 맞는 방으로 가시는 편이…" "아뇨, 일부러 이곳을 부탁한 겁니다. 아이가 쓰는 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둘러보면서 여러가지로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기… 여긴 코노하마루가 혼자 쓰는 방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이 방과 바깥으로 연결 되어 있는 정원은 도련님 혼자서 생활하시는 공간입니다." 개인 정원도 있는 건가… 전통 가옥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긴 하지만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아 있었다니… 이제 슬슬 나도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 "그럼 차를 내어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코노하마루는 언제나 이런 곳에서 생활하는구나. 나에겐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녀석에겐 이런 생활이 당연한 거겠지. 지금까지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에는 약간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현실적으로 가슴에 와닿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 어디 자세히 좀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본격적으로 방을 둘러본다. 넓은 면적 만큼, 가구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쾌적한 느낌이다. 침대 맡에 놓여 있는 작은 액자. 사진 속에 내가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얼굴이라서 곧바로 깨달았다. 나, 이루카, 나루토, 코노하마루 이렇게 네 명이서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이라면 내 침대 맡에도 있다. 언제나 잠들기 전에 한 번씩 액자를 바라본다. 코노하마루도 나와 같은 걸까. 마음이 통했다는 생각에 기뻐서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그 밖에 침실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자리를 옮겨 코노하마루가 남긴 일상 생활의 흔적을 둘러본다. 다른 곳에 비해 조금 어질러진 책상 위를 훑어보다가, 어제 내준 숙제더미 밑에 무언가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묘하게 신경이 쓰여서 꺼내보려는 순간- "다녀왔습니다!" "!"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방금 그 목소리는 분명 코노하마루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건가. 코노하마루의 집에 방문한다는 것은 이미 일주일 전에 히루젠님께 직접 통보했지만 코노하마루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아마 본인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알았다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 마주치면 차분하게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이놈의 고질병 장난기가 또 발동한다. 그냥 마주쳐서 평범하게 인사하는 것보다는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래켜주는 편이 더 재밌지 않은가. 큭큭큭 속으로 웃으며 다시 침실로 돌아가서 기척을 감추고 있으니 머지않아 드르륵 하고 미닫이 문이 열리며 다소 산만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오자마자 숙제라도 하려는 것인가, 녀석이 책상 앞에 앉더니 그대로 계속 조용하다. 고개를 조금 내밀어 보니 두 손에 무언가를 쥐고서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아까 내가 신경쓰여서 꺼내보려고 했던 그 무언가다. "하아-……." 또 한숨인가. 최근 코노하마루의 저런 한숨 소리를 참으로 많이도 들었다. 선생님으로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녀석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녀석이 보고 있는 것은 사진이다. 분명 저 사진속에 녀석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만약 코노하마루의 고민이 단순한 애정사라면 그래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그쪽만 계속 쳐다보고 있지… 내 마음도 모르고……." 무언가 혼잣말을 시작했다. 심각한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뭔가 말해줘… 나, 정말 바보지…? 가능성 따윈 없다는 걸 실은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버리는 게 쉽지 않아……." 아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대체 어떤 여자아이길래 코노하마루를 저렇게까지 만든 건지, 이젠 궁금함을 넘어서 의아하다. 코노하마루는 얼굴도 귀여운 편이고, 성적도 좋다. 딱히 나뭇잎 특공대에서 뿐만 아니라, 반 전체의 리더이자 분위기 메이커 같은 존재다. 그런 녀석이니까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 코노하마루 만큼은 이성 문제로 고민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제일 먼저 사랑에 눈을 뜰 줄이야. 게다가 절절한 짝사랑이다. 귀엽기도 하지만 가만히 혼잣말을 듣고 있자니 안타까워서 내가 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나… 그냥 말해도 돼…? 좋아한다고… 말해도 돼…? ……." "선생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어머, 도련님 돌아오셨군요." 으아아아…!!! 지금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이었는데에에!!! 하필이면 그때 들어오다니이…!!! 크으…!!! 두 손을 꽉 쥐고는 온힘을 다해 아쉬움을 씹어 삼키고 있는데, 문득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내 앞에 코노하마루가 서 있다. "선생님… 계속 거기에 있었냐 이거…?" "아, 응. 코노하마루가 들어오면 깜짝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 "거짓말… 내 혼잣말 엿듣고 있었지…? 실망이다 이거……." "미, 미안… 그치만 제일 중요한 부분은 못 들었으니까… ㅇ, 잠깐, 코노하마루?!" 그렇다고 눈시울이 붉어질 것까지는 없잖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녀석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 앞으로 휙 던진다. 팔랑거리며 무릎 위로 떨어진 그것을 주워 보니, 다름아닌… 내 사진이다. "이제 궁금증이 풀려서 속 시원하냐 이거? 최악이다 이거." "……." 코노하마루는 방을 나가버리고,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하수인은 저쪽과 이쪽을 번갈아보다가 고민 끝에 내게 다가온다. 무슨 일이냐며 묻고 있는 듯하지만 지금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내 마음을 추스르는 것만으로 충분히 벅차다. "아……." 무언가 잘못 됐다. 내가 코노하마루에게 상처를 주다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 그 사람을 찾아가서 욕을 퍼부어준다. 남자라면 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다. 내가 장본인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지? 코노하마루를 쫓아가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충격으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 상담은 취소하지 않으면… 그도 그럴 것이, 이대로는 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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