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의 나무 아래서 책을 읽었던 그날 이후, 나는 생각했다. 알고 보면 카카시도 상냥한 아이구나. 누군가의 앞에서 웃는 얼굴을 보이기도 하는구나.

 그러나 여전히 카카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책을 읽는다. 엄마와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굉장히 똑똑해서 또래의 아이들과는 수준이 다른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아직 수준이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카카시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고, 같이 책을 읽는 게 좋다. 그래서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솔직히 나는 너를 친구로 보지 않아."

 원래 차가운 느낌의 아이지만 그렇다 해도 뜻밖의 반응이었다. 무언가 선물하고 싶어서 엄마와 열심히 만든 간식을 건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리둥절, 머뭇머뭇, 끝내 의기소침해지는 내 모습에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너의 친구들처럼 같이 어울릴 수가 없기 때문이야. 그런 놀이에는 흥미를 못 느끼거든. 서로 전혀 다른 관심사를 가졌다면 친구가 될 수 없잖아. 그리고 나는 단 것도 별로 안 좋아해."

 이, 이건 아저씨 꺼다 뭐어…! 볼이 뜨거워진 나는 집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가려다 멈춰 섰다. 부끄럽지만 어쨌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는… 하타케 군이랑 책 읽는 게 좋은데……."

 요즘에는 동화를 읽어도 시원찮다. 내가 좋아하는 왕자님이 어느 이야기에서나 잠깐 나왔다 사라져 버려서 불만이다. 공주님은 어째서 맨날 청소만 하고 구박을 당하는 걸까.

 어른들의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어려운 한자로 가득해서 머리가 아프지만, 카카시가 읽어주면 정말이지 재밌고, 신기하고… 나중에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어깨가 으쓱해졌다.

 "……."

 수준이 다르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카카시는 내가 멍청해서 나랑 있기 싫은 거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혼자서도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겠지. 그래도 가끔은 카카시가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나 선생님처럼 자상하게 연기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 어른들의 책에 나오는 카카시 버전의 무뚝뚝한 남자들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왕자님만큼 상냥한 사람이었다. 뭐랄까─

 "책, 이라면… 나도 좋아하니까…"

 지금 카카시처럼──.

 "보고 싶은 책 있어? 가져오면 읽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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