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업만 끝나면 점심시간이다.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오늘 아침부터 나는 교실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단짝인 린에게 받았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린의 집에 놀러 갔다가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됐다. 그녀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내릴 때까지 며칠 동안은 집에서 푹 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카데미에 나가지 못하게 된 그녀는 슬퍼했다. 원래 수업을 싫어할 이유가 없는 모범생이기도 하지만 (단짝으로서의 생각을 말하자면)한동안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괴로웠을 것이다.

 지난날 나도 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머리가 불덩이처럼 뜨거워져서 날개 달린 사슴과 기린이 날아다니던 순간에도 오비토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와 달리, 린은 떨어져 있을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와 접점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자신이 열심히 만든 도시락을 대신 전해달라고 하면서 누구로부터 부탁을 받았는지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어쨌든 가까운 이웃인 나라면 어색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린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카카시에게 다가갔다. 여지없이 따가운 시선들이 내게 쏘아졌다. 그렇다고 물러날쏘냐. 흠흠, 헛기침을 하고서 나는 당당히 말했다.

 "하타케 군, 같이 점심 먹자."

 "뭘 그렇게 잔뜩 싸왔어?"

 "맛있는 거!"

 지난 밸런타인데이 날, 린은 카카시에게 단 과자를 선물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했다. 이후에 나로부터 카카시가 했던 말을 전해듣고는 깊이 반성도 했다. 좋아한다면서,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도는 당연히 알았어야 했는데, 어째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모든 음식을 단맛이 강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오늘은 나랑 도시락 바꿔 먹자!"

 "아주머니께서 반찬에 피망이라도 넣으셨나 보구나."

 카카시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나의 도시락을 받아들었다. 후후후. 이것으로 임무완수다. 나도 다음에는 직접 도시락을 싸야지. 그런데 과연 린이 만든 것만큼 맛있을까. 흐뭇한 상상에 빠져 있다가 뜻밖의 고민이 생겨났다. 듣자하니 카카시도 린처럼 반찬을 직접 만든다던데. 카카시에게 배워보는 건 어떨까.

 린 외의 다른 여자아이가 카카시와 친해질 수 없도록 감시하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나는 단짝이니까 괜찮다. 무엇보다 이 마음속에는 이미 진실된 사랑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나로서는 단지 나의 달링과 카카시가 언젠가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맛있어?"

 등을 맞대고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특이하게 보이겠지만 이따금씩 카카시와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는 나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어깨너머로 대화하는 것은 그것대로 묘미가 있다. 학교가 끝나면 린에게 가서 지금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하타케 군이 맛있었대.'라고 말하면 굉장히 기뻐하겠지.

 "맛있어. 특히… '피망'이."

 자기가 일부러 강조하며 말해놓고는 스스로도 우스웠는지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맛있다고 말해도 나는 싫다 뭐어. 괜시리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처럼 카카시와 같이 점심을 먹다보면 언젠가 피망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카카시는 언제나. . . . 나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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