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좋아하는 아이에게 초콜릿이나 과자를 선물하는 날이다. 배… 밸런타인데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아침부터 아카데미가 떠들썩했다. 생일과는 달리 '모두의 기념일'이라는 느낌이랄까, 남자애들 중에는 정확히 어떤 날인지도 모르면서 마냥 들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반대로 이곳저곳에서 우울한 분위기가 퍼지기도 했는데, 이유는 모두 같았다. 여자애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던 탓이다. 하타케 카카시. 잘생기고, 똑똑하고, 못하는 게 없지만. . . . 친구가 되어주지 않는 나쁜 남자.

 처음에는 카카시도 여자애들의 선물을 모두 받아 줬다. 그러다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하나 둘 씩 거절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몇몇의 여자애들은 애써 준비한 선물을 전하지도 못했다. 그런 것들이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면서 전혀 상관없는 남자애들만 신이 난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녀들 가운데 눈물을 훌쩍이는 한 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직접 건넨다는 생각은 진작에 접고, 좋아하는 아이의 캐비넷 안에 몰래 넣어 두었다. 사실 그것도 겁쟁이인 내게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앞으로 매년 맛있는 과자를 먹게 해줄게.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그렇게 홀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담았다고 생각했기에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은 말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고백할 것이다.

 그래, 일단 자신의 임무는 끝냈다. 방과후 기분 좋게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고로 카카시는 언제나 책을 읽다가 늦게 하교한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선지 나에게 오더니, 그를 좋아하는 모든 여자아이들의 공분을 사는 한 마디를 던졌다.

 '같이 돌아가자, .'

 카카시가 누군가와 같이 하교를 하는 일은(물론 나를 포함해서) 여짓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이름을 불렀다. 유일하게 이름을 부르는 여자애. 둘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이유인 즉슨, 선물을 너무 많이 받은 탓에 혼자 들고 가기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차마 거절하지도 못하고 사방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카카시와 나란히 하교했다. 무서운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그런 거 아니라고, 카카시와 나는 옆집에 사는 이웃일 뿐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뜻 보면 카카시가 나한테 선물을 나눠준 것 같지 않은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이 다른 여자애에게 간다는 것은, 입장 바꿔 생각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비토 군이 내 과자를 린하고 같이. . . . 아아, 눈물이 찔끔 나온다.

 "하타케 군은 인기 많아서 좋겠다."

 집에 거의 도착해갈 때 즈음, 더는 째려보는 여자애가 없는 것 같아서 카카시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카카시라면 평소에 참새처럼 조잘거리는 내가 조용히 하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친구를 곤란에 처하게 해놓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조금 얄밉게 느껴졌다.

 "그래, 이성으로부터 호감을 사는 능력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배우자를 고를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지. 만약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어쩌면 너는 좋아하는 녀석과 결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카카시는 자신의 인기를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구태여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개인이 가진 수많은 능력 중의 하나일 뿐이고, 능력은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도 인기가 많아지면 오비토와 결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더 부러워진다. 린처럼 귀엽고, 열심히 공부하고, 모두에게 상냥하면, 어쩌면… 오비토 군… 오비토… 내 사랑… 달링…….

 "하지만 어떤 것들은 말이야, 많이 접할수록, 깊이 알게 될수록, 오히려 회의감을 느끼기도 해. 내 경우에는 대부분의 여자애들이 상대방의 얼굴만 보고 자신의 감정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 하다못해… 너의 반만 닮아도 좋을 텐데."

 "응?"

 카카시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그의 품에 안긴 수많은 선물들은 결국 본래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너무 오래되어 먹을 수 없게 되거나, 다른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가거나.

 사실, 과자나 초콜릿은 처음부터 카카시에게는 필요없는 것들이었다. 누구든 한 명이라도 선물하기 전에 '단 것을 싫어하지 않냐'고 물어봤다면, 그의 표정이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딱히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나는 오비토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린에게, 오비토에게, 그의 할머니에게까지 물어봤고, 실제로 먹는 모습을 관찰했고, 오비토가 머물렀던 자리에 뭐가 떨어져 있는지, 봉지가 몇 개인지, 지금 떠오른 것만 해도 이 정도라서, 자신의 노력을 다 헤아리자면 스스로도 민망할 정도다.

 '린, 오비토 군은 과자를 좋아해?'

 '오비토 군, 좋아하는 과자가 뭐야?'

 '할머니, 오늘은 뭐 사오셨어요?'

 '이 부스러기는 뭐지?'

 '한 자리에서 다섯 개나… 이거다!'

 얼굴을 붉힌 채 조용히 걷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선물만 내려놓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카카시가 차와 과자를 내와서 잠시 놀다 가기로 했다.

 과자는 아마도 여자애들에게 받은 것이겠지. 내가 먹지 않으면 어차피. . . . 알고는 있지만, 과자가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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