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반의 마이트 가이라는 아이는 참으로 신기하다. 자기가 카카시의 라이벌이라고 떠들고 다니는데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 맨날 지면서 질리지도 않는지 끈질기게 승부를 걸어온다.

 처음에는 아무 잘못도 없는 카카시한테 자꾸만 시비를 걸어서 얄미웠는데, 조금 지켜보다가 의외로 재밌는 구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김새부터 진한 눈썹이 정말 독특하고, 영원한 라이벌의 승부니 자신과의 약속이니 잘 모르겠지만 웃음이 터져나온다.

 내가 웃으면 묘하게 얼굴이 빨개져서 화났나 싶기도 한데, 그러면서도 카카시를 대하는 태도와는 전혀 다르달까, 남자애치고는(카카시 외의 남자애들은 전부 개구쟁이라고 생각하니까) 나에게 굉장히 친절하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다른 남자애들은. . . . 어휴─. 생각만 해도 지겹다. 얌전히 있는 여자애의 치마를 갑자기 들추거나, '누가 누구 좋아한대~' 하고 큰소리로 놀려대거나, 그런 심술궂은 장난을 치면서 뭐가 재밌다는 건지, 저들끼리 낄낄거리며 웃을 때면 하나같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내가 카카시와 같이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솔직히 남자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다 보니, 가이의 독특한 성격이나 행동 쯤은 문제가 아니다. 카카시도 라이벌의 승부를 귀찮아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개성이니까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 덧붙여 시답잖은 장난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애들보다 낫다는 점에서 나와 생각이 같았다.

 가이의 스토킹(?)에 질려버린 카카시가 반강제로 승부를 받아들이면, 이따금씩 나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심판을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카카시가 이기길 바랐는데, 얼마 전부터는 둘 다 똑같이 응원하고 있다. 누가 이겨도 딱히 상관없달까, 이쯤에서 한 번쯤은 가이가 이겼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이, 화이팅-."

 아카데미 뒤편의 넓은 공터에서 오늘은 체술로 승부한다. 멀찍이 떨어져서 두 팔을 흔들며 가이에게 응원을 보냈다. 카카시가 굉장하긴 하지만 가이도 노력하고 있음을 알기에, 승부에 대한 그의 집착이나 내 응원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정말 카카시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으응, 오늘에야말로 이길게!"

 솔직히 아카데미에서 카카시의 상대적인 위치를 고려하면 그와 잠깐이나마 대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체술에 있어서 만큼은 가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만약 다른 남자애가 카카시를 상대한다면 이번 승부, 볼 것도 없다. 시작한지 몇 초만에 나가떨어질 게 뻔하니까.

 "어이, 카카시, 방금 들었어? 가 너보다 나를 먼저 응원해줬어! 그것도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르면ㅅ…"

퍽─!!!

 여기서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가이가 무어라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카카시가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선빵(?)을 날렸다. 다른 공격도 아니고 얼굴에 전력펀치(!)였던지라, 나도 모르게 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빨리 끝내고 싶어도 그렇지,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때리는 건 반칙 아닌가.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으니 가이가 작게 신음하며 일어났다. 분할 만도 하건만 화를 내긴커녕 시원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가이는 카카시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너도 지난번보다 강해졌구나. 역시, 천재라고 하늘이 내려준 재능만 믿고 빈둥거리는 녀석들과는 달라. 나의 라이벌다워.

 신선한 충격이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이의 털털한 성격, 명랑한 웃음. 오늘따라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다른 남자애들과 비교했던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만큼.

 마음속으로 가이를 응원했지만 지난날의 승부를 지켜봐온 나로서는 머잖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하루아침에 천재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카카시가 여유롭게 공격을 막아낸 뒤 가이의 팔을 확 낚아채서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쪽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야, 쓰레기."

 "난 쓰레기가 아니야!"

 "그렇다 치자. 너,  좋아하냐?"

 "조, 좋아하면 뭐…?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에겐 나름의 개성이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너, 완전 구제불능이야. 언제까지고 나한테 지기만 하는 녀석이 제멋대로 질투하고 존재감 드러내는 거… 눈에 거슬리거든. 그러니까 폼잡지 말고 새겨들어. 내일부터는 10배, 20배로 노력해."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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