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반가운 느낌으로 인사하는 편이 좋을까? 꿈속에서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코끝이 간질거린다. 날씨가 따뜻해서 창문을 열어 놓았더니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와서 내 코에 앉았다.

 사람의 단잠을 깨워놓고는 능청스럽게도 나풀나풀 날아간다. 오늘 아침 화단에 꽃을 심을 때 달큰한 향기가 몸에 배었나 보다. 꽃말이. . . . '환영'이라고 했던가.

 후아암-. 기지개를 펴고서 나른한 몸을 일으킨다. 오늘은 꽃을 심느라 아침부터 분주히 일어났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지쳐 잠들었는데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간 달콤한 꿈이었다. 뭔가 예쁘고, 눈부시고, 반짝거리고. . . . 잘 모르겠지만 '하얀 것'을 본 것 같다.

 창밖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본다. 마당에서 어떤 백발의 남자가 엄마와 인사를 나누더니, 내가 심어 놓은 꽃으로 다가가 기쁜 듯이 바라본다. 오늘 옆집에 이사온다던 사쿠모 씨가 틀림없다.

 뒷모습만 보이던 그가 고개를 모로 돌리자 햇살이 얼굴에 드리운다.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천천히 떴다. 방금 내가 본 게 뭐였지. 뭔가 굉장히 눈부시게 빛났는데.

 오늘 나는 옆집의 이삿짐 정리를 도와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나를 부른다. 호기심에 재빨리 달려나가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뜨허억-. 너무 잘생겨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잘생긴 남자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다.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차마 들지 못하고 평소보다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귀여운 아가씨구나. 몇 살이니?"

 "다, 다, 다섯 살이에요……."

 한손의 손가락을 전부 펼쳐 보이며 대답하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마을에서 유명한 닌자시기 때문에 겉보기와는 달리 손에 굳은살이 많고 거친 느낌이다.

 "다섯살, 마침 잘됐다."

 사쿠모 씨와 엄마의 대화를 가만히 듣자하니 그에게는 내 또래의 아들이 있는 것 같다. 그가 뒤돌아보며 아들의 이름을 부른다. '카카시'라고. 무심코 바라보다가 흠칫 놀랐다.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언제부터 저기 있었던 걸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도, 어째선지 나무 그늘 아래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사쿠모 씨는 익숙한 일인 듯 쓴웃음을 지으신다.

 "아빠랑 약속했잖니. 앞으로는 책만 읽지 않고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겠다고."

 아저씨께서 말씀하시자 카카시란 아이가 체념한 듯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그늘이 걷히며 그에게 햇빛이 비추는 순간 아까 보았던 빛이 다시 일어났다. 놀랍게도 내 착각이 아니었다.

 "안녕, 나는 라고 해."

 꿈에서 봤던 것도 분명 이런 느낌이었다. 하얗고, 반짝반짝하고.

 "너는 이름이 뭐야?"

 "…카카시. 방금 들었잖아."

 응, 그건 그렇지. 머쓱함이 밀려와 뒤통수를 긁적인다.

 "엄마, 얘 얼굴에서 빛이 나요."

 호들갑스럽게 엄마의 소매를 흔들며 말하자, 카카시에게서 차가운 실소가 들린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바보 같아."

 나 바보 아닌데. . . . 의기소침해지는 나를 보고 사쿠모 씨께서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신다. 이제 겨우 몇 마디 주고받았을 뿐인데 대화가 허무하게 끊겨 버렸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보다 못한 엄마가 밝게 웃으며 말씀하신다.

 "는 카카시 군에게 잘생겼다 칭찬을 한 것 같은데?"

 그렇다기 보다는 사람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게 신기했지만, 듣고 보니 카카시는 아저씨를 많이 닮은 것 같다. 마스크를 벗으면 사쿠모 씨처럼 잘생긴 얼굴이 나오려나. 어린 남자애는 무섭지 않아서 별로 의식하지 못했다.

 "……."

 조금은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제 아들 녀석이 숫기가 없어서… 이것 참… 민망하네요…;; 하하하…;;;"

 "처음에는 긴장할 수 있죠.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이니까 금방 친해질 거예요."

 엄마가 사쿠모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카카시를 계속 관찰했다.

 앞으로 생활하게 될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을 가질 법도 하건만, 전혀 궁금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더 알 필요 없으니까, 결과적으로는 흥미없다는, 참으로 일관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때 아주 잠깐─.

 카카시도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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