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시가 아카데미를 떠나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12살에 받아야 할 졸업시험을 7년이나 먼저 통과하고 하급닌자가 되어서다.

 “승급 축하해!”

 하급닌자가 되는 것은 닌자로서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기 때문에 승급이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내 생각에 카카시는 아카데미에 다니던 시절부터 이미 훌륭한 닌자였다.

 앨리트인 그에게 나름 센스 있는 축하를 전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알아준 것인지 시크하게 피식 웃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 서클렛 굉장히 잘 어울려!”

 카카시를 멋대로 쫓아다니던 여자애들은 역시나 멋대로 체념해 버리고는 우울모드가 되었다. 오히려 얌전한 내가 제일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남자애들 사이에서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보아하니 내가 없어도 잘할 자신 있나보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러자 카카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무 좋아하지 마. 난 아주머니께 앞으로도 너와 책을 읽고, 네 공부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그러니까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거지.”

 양가의 허락을 받았구나. . . . 카카시와 공부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싫다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어른이 될 때까지, 어른이 되어도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카카시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이들이 없는 쪽으로 나를 데려가서 내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너는 좋아하는 남자애 앞에서 언제나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돼. 그런 것에 감동할 나이가 되려면 멀었고… 녀석은 질투를 호감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거든.”

 나는 카카시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분명한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단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하타케 군은 이제부터 어른들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거지? 다치면 어떡해? 가 없으면 누가 카카시를 돌봐주지?”

 나도 모르게 이름을 말하자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던 카카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내 머리를 가볍게 헤짚어 놓고는 말했다.

 “는-, 다친 카카시를 더 아프게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오빠처럼 상냥한 말투에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조금 전까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던 나는 뒤늦게 반응하며 카카시의 가슴팍을 때렸다.

 “농담이야.”

 “오늘은 같이 안 돌아갈래!”

 “오늘은? 오늘이 마지막인데?”

 “…….”

 움켜쥐었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으니 정말 실감이 났다. 내일부터 아카데미에서는 카카시를 볼 수 없겠지. 그래도 매일 만나러 갈 테야. 화단을 가로질러서, 옆집으로 가서, 카카시와 어른들의 책을 읽을 테야. 흑.

 나는 눈에 먼지가 들어간 척하며 눈물을 훔쳤다. 카카시의 어깨너머로 교실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직감했다. 실연당한 소녀들의 뜨거운 질투가 내게 향해 있다는 것을.

 “어차피 대부분 자기 상상 속의 나를 좋아했던 거야. 내가 떠나면 금방 잊어버릴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어쨌든 미안하다면서 카카시는 어깨를 다독여 줬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의 말이라면 100% 신뢰하는 나지만, 이번만은 불안을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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