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자신이 어린애라는 것은 알지만, 지금보다 더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낯이 뜨거워지는 일화가 여러개 있다.

 나는 조금 남다른 공포증을 가졌는데, 여짓껏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그것의 이름을 짓게 되었다. 일명 '미남 공포증'이다.

 뱃속에서 도대체 무슨 영향을 받은 것인지, 엄마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별안간 잘생긴 남자만 보면 겁에 질려 벌벌 떨었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이러한 사실을 필사적으로 감춰 왔다. 사람의 외모에 따라 리액션을 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끄럽지만, 누군가 내 리액션에 (본의 아니게)상처 입을지도 모르잖은가.

 또 하나의 비밀을 털어놓자면, 내가 옆집의 사쿠모 아저씨 때문에 겁에 질렸던 것은 그들이 이사를 온 것보다 먼저 일어났던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아저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쳤을 것이다. 이미 부끄러운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두번째에는 평범한 아이처럼 인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내가 기억나지 않으시는 건지, 일부러 모른 척하시는 건지, 사쿠모 아저씨는 그날에 대해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단지 내게 귀엽다고 칭찬해 주실 때 처음보다 조심스러운 느낌이 들었기에 후자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아저씨는 나뭇잎 마을에서 '하얀 송곳니'라 불리는 유명한 닌자이시다. 경황이 없어서 알아보지 못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만 보고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잘생긴 얼굴은 어느 마을에서나 흔치 않을 테니까.

 "귀여운 아이구나. 몇 살…"

"요괴다아아아아아…!!!"

 길한복판에서 그렇게 비명을 질렀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우셨을까. 하필이면 전날 '요괴가 아름다운 얼굴로 인간을 현혹해 잡아먹는' 드라마를 봤던 나는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 숨도 쉬지 않고 뛰다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을 정도면 말 다 한 셈이다.

 요즘 아저씨께서 되도록이면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애쓰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평범하게 인사를 나누거나 식사를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것은 어찌 보면 아저씨의 배려 덕분이다.

 나는 아저씨의 명성이나 잘생긴 외모만이 아니라 상냥한 마음씨에 또 한 번 반했다. 그날의 일을 잊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에는 설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쿠모 아저씨 멋있어-."

 독서중인 카카시의 옆에서 뜬금없이 나와버린 그것은 예전의 일을 떠올리며 감탄사처럼 내뱉은 말이었다.

 "하타케 군, 마스크 벗은 얼굴 보여주면 안 돼?"

 갑자기 부탁을 해도 카카시는 변함없는 무표정에 나른한 눈빛이다.

 "내가 아버지와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한 거라면 가르쳐줄게.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정확히 반씩 물려받았어."

 예전에 돌아가셨다는 아주머니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집안에 사진이 많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어설프게나마 그려볼 수 있다. 가녀리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린과 비슷해서 흐뭇하다. 하지만 카카시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그녀는 겉모습과 달리 어린시절부터 왈가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사쿠모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어떤 모습에 반하셨던 걸까? 거기에 대해서는 들은 거 없어?"

 "없긴, 심심하면 예전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걸. 아버지께선 어머니의 어느 부분에 반했다기 보다는, 말하자면… '보호자'가 되고 싶으셨던 것 같아."

 "보호자?"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셨대. '이 사람 혼자서는 안 되겠네-'. 그래서 이것저것 신경 써주다 보니… 뭐, 정이 들어 버리신 거겠지."

 사쿠모 아저씨께서 아주머니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 주셨던 거구나. 아주머니께서는 분명 아저씨의 자상한 모습을 좋아하셨을 거야. 지금 카카시와 나처럼. 헤헤헷.

 "오늘 숙제는 끝냈어?"

 "아아니, 아직 다 안 했어어."

 "저녁이 되면 졸려서 잠들어 버릴지도 모르잖아. 어려운 문제는 자세히 가르쳐 줄 테니까 가져와."

 "네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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