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아이들은 모두 아카데미에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났는데 졸려서 혼났다. 마을의 넓은 숲을 감싸안은 뿌연 안개 사이로부터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찍찍짹짹. 지난날 아침에는 카카시가 저 새소리와 내 목소리가 묘하게 비슷하다고 욕(?)을 하기에 가슴팍을 짝 때려 줬다. 별로 아픈 것 같지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얄밉다.

 "하타케 군! 같이 등교하자!"

 그래도 착한 내가 참아줘야지. 허리에 팔짱을 끼고서 에효 한숨을 내쉰 뒤 카카시네 문을 두드렸다. 창문에 비치던 그의 모습이 잠시 사라지는가 하면 덜컥- 문이 열리며 그가 밖으로 나왔다.

 언제나와 같은 말끔한 모습. 가끔은 내 옷매무새를 만져주기도 한다. 우리 엄마조차 보지 못하는 옷의 구김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나보다 준비가 빠르네. 무얼 그렇게 들떠 있어?"

 "왜냐면, 여자애들이 나를 굉장히 부러워 하는걸!"

 "여자애들이 너한테 뭐라고 말했는데?"

 "하타케 군과 친해서 좋겠다고, 자기도 같이 등교하고 싶다고, 그리고… 으응… 혹시 하타케 군이 너희 친척오빠 아니냐고 물어봤어……."

 "푸훕─."

 카카시는 얌전한 아이라서 다른 남자애들처럼 나를 짓궂게 놀리지는 않지만 가끔 그런 기분이 들어서 얄미울 때가 있다.

 딱 봐도 내 몸집이 큰데 어째서 동생으로 보이는 걸까. 괜시리 민망해져서 입술을 내밀고 있으니 정말 오빠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다음에 또 물어보면 오빠가 아니라 친구라고 해."

 "하타케 군… 이제 나랑 친구 해주는 거야?"

 "사실 처음부터 친구라고 생각했어."

 "거짓말!"

 여전히 눈가에 웃음이 어려있는 것을 보니 거짓말이 틀림없다. 어쨌든 앞서가는 그의 뒤를 얌전히 따랐다. 친구가 되어줘서 솔직히 굉장히 기쁘니까.

 "하지만 남자애하고는 아무나 친구가 되면 안 돼."

 "왜애?"

 실은 하타케 군 말고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남자아이가 있어. 언젠가 그 애의 신부가 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해.

 카카시라면 알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린 외의 친구에게는 아직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유가 궁금한데 이번에는 가르쳐 주지 않을 모양이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