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시와 같이 다니면서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요즘들어 나는 예전에 비해 얌전해진 것뿐만 아니라 똑똑한 아이로 변해가고 있다는 기분을 느낀다.
린, 나 말이야, 내일 수업이 끝나면 하타케 군과 같이 돌아가려고 해. 이제 너도 감기가 나아서 밖에 나갈 수 있잖아. 언제나의 그곳에서 산책하고 있으면 마주칠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몰라. 어제 린의 병문안을 가서 했던 이야기다. 정말이지 훌륭한 작전이 아닌가. 스스로 꾀를 내어서 친구를 도울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은근히 짜릿한 기분이 들고, 나도 모르게 입을 가리며 이렇게 웃게 된다. 후후후. "하타케 군! 같이 돌아가자!" "이제 여자애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나 보구나." 쳐다보든지 말든지. 멍청한 남자애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무작정 질투만 하는 여자애들도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단짝으로서 린이 좋아하는 아이와 이루어지도록 돕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예전부터 린은 나에게 동화속의 공주님 같았다. 예쁘고, 착하고, 노래도 잘하고. . . . 그래서 나는 하녀 역할이어도 좋았다. 린이 다음번에는 역할을 바꾸자고 말했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공주님이 행복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으니까. 동화책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나의 공주님은 반드시 왕자님과 이루어져야 한다. 린의 사랑을 방해하는 못된 계모와 언니 같은 기지배들. 흥! ──나는 냉철한 콧방귀를 날리며 홱 돌아서 카카시와 교실을 빠져나갔다. 복도를 지나 거리로 나가는 길에도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당당히 걷고 있으니 카카시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이제 마주칠 때도 됐는데. . . . 두리번두리번. 아, 저기 있다. ──공주님과 왕자님이 만나는 장면은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평범하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것뿐인데도 두 사람의 주변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 예쁘다, 예쁘다. 헤헤헷. 툭─. 갑자기 뒤에서부터 급하게 지나가려던 누군가와 몸이 부딪혔다. 감격에 젖어서 넋을 잃고 있던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방해를 하다니. "미안." 어쩐지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며 돌아보고는 깜짝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검푸른색의 머리카락, 잘생긴 얼굴,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 . . 내 사랑. "린, 몸은 괜찮아?" 카카시와는 말 그대로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지만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오비토와는 훨씬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비토가 린에게 달려가는 것, 그녀를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니까. "그만 가자, ." 카카시는 벌써 린과의 대화를 마쳤나 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야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대답도 없이 멍하니 서 있기만 하니 답답했는지 카카시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먼저 다가와서 두 사람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 "있잖아… 하타케 군… 바보처럼 들린다는 건 알지만… 왕자님도 가끔은 공주님이 아닌… 다른… 하녀 같은… 그런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을까…?" "글쎄, 방금 전의 얼빠진 녀석은 어떨지 모르겠네. 네가 묻고 있는 것도 아마 그뿐이겠지만, 구태여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공ㅈ… 모든 것에 완벽한 여자가 아니여도 상관없어. 왜냐면…" "왜냐면, 하타케 군은 어떤 여자도 완벽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카카시에 대한 자신의 절대적인 믿음은 우울한 감정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하다. 그렇기에 언제 기가 죽었냐는 듯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나의 믿음이 옳았기 때문인지, 부정할 수 없는 진실된 웃음 때문인지, 카카시는 언제나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머잖아 시선을 거두며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까짓 거 식은 죽 먹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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