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났다-."
"어머, 아직 근무시간 5분 남았어요." "여태 오지 않는다는 건 내일 오겠단 뜻이겠죠." "지금도 애인이 나타나길 내심 바라고 있지 않나요?" "그야… 흠흠……." 한때 처참히 부숴졌던 마을은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덕분에 의료반 사람들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나뭇잎을 포함해 대부분의 닌자마을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의료닌자 부족이다. 그래서 부상자 치료에 우선적으로 배치되지만, 이런 시기에 더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한동안 병원에서 근무했던 나는 뒷일을 사쿠라에게 맡기고 본래 업무인 데스크로 돌아왔다. 카카시도 며칠 전 다급한 호출을 받고 장기 임무를 떠났다. " 선생님, 오늘 애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퇴근하고 한잔 해요." "저야 상관없지만, 며칠째 야근이셨잖아요. 피곤하지 않으세요?" "저는 피곤할수록 차가운 맥주 한잔이 간절해지는 사람이거든요. 묻고 싶은 것도 있구요." "?" "애인으로서 하타케 상닌은 어떻게 다른가요? 역시, 평소와 같은 분위기인가요? 아니면 의외로… 어렸을 때의 성격 그대로라든지? 어때요?" "으음, 양쪽 다 맞는 것 같아요. 나른하게 웃을 때는 세상 만사 귀찮아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서 챙길 건 다 챙겨 주거든요. 예전하고 똑같이… 아니, 더요. 아침에 깨우고, 밥 차리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평범하게……." "그거 참 굉장한 '평범'이네요. 너무 행복한 티를 내지 말아 줘요, 부러워지니까. 지금까지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기 전에는 나도 하타케 상닌께 관심이 많았답니다. 이상한 책을 들고 다니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그런 엉뚱한 부분이 또 좋달까, 귀엽잖아요. 안 그래요?" "귀엽죠… 내 남자니까…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젊을 때나 통용되는 거잖아요. 서른살이 되어서도 스무살 때와 똑같이 하고 다닌다니요. 솔직히 가끔은 제자들이 보고 배울까봐 겁난다니까요. 마을의 영예란 사람이…" "(툭툭)…선생님." "예?" "다녀왔습니다." 탁-. 묵직한 보고서가 떨어졌다. 돌아보니 카카시가 암부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거기까지는 이상하달 것이 없었다. 슬슬 돌아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를 진짜 당혹시킨 부분은 따로 있었다. 암부들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마을 안에서나 밖에서나 예외 없이 쓰고 다니는 동물 탈이, 머리 위에 대충 걸쳐 있었다. "카카… 하타케 상닌! 여긴 집이 아닙니다! 암부의 임무를 수행하고 계실 때는 얼굴을 가려 주십시오!" "지금 나한테 새내기들 기강 잡을 때나 하는 잔소리를 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내가 원할 때마다 탈을 벗을 정도의 짬밥은 되거든? …라는 건 장난이고, 이제 나이가 서른이니까 집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야겠지-. 네, 네-." "탈 쓰고, 보고서 내놔욧!" "너랑 나 외에 보고 있는 사람은 이 분밖에 없잖아. 이거 실례가 많습니다. 오랜만에 랑 떨어졌던 거라 좀 흥분되어 있는 상태거든요. 방금 들으셨다시피 별로 의미는 없습니다만, 웬만하면 비밀로 해 주세요-.(웃음)" "아… 물론이죠! 씨, 뒷정리는 맡기고 퇴근해요." "고, 고마워요. 그럼 이것만 보고 일어날게요." 거기서는 유혹을 뿌리쳤어야 했는데. 나까지 동료에게 응석을 부리고 말았다. 얼굴이 뜨거워진 나는 카카시의 손에서 냉큼 보고서를 빼앗아 자리에 앉았다. 장기 임무였던 만큼 보고서의 두께가 제법 되었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릴 수 없었던 걸까. 카카시가 은근슬쩍 데스크에 기대더니 내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아-, 땀 투성이야. 얼른 씻고 싶어." "그렇습니까." "오늘은 너무 일찍 자지 말고 가볍게 마시는 거 어때?" "이따가 대답하겠습니다." "먹고 싶은 거 얘기해. 당신이 말하는 거면 난 다 좋아." "(끄응)" "아직 멀었어, 자기?" "하타케 상닌!!! 자꾸 말을 시키셔서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끝까지 프로페셔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보고서를 넘기던 손이 멈추었다. 바들바들 떨면서 버티다 결국에는 흐름이 깨져서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잊어버렸다. "우리 일할 때는 원래 이렇게 예민한가요?" "그, 그럴 리가요! 뭐, 가끔… 예민해질 때도 있지만… 하하하……." "……." "피곤한 것뿐이구나. 다행이네. 오늘은 달달한 게 좋겠어. 다저트도 같이 고민해 볼게." 거기서부터 내 머릿속은 디저트로 가득해졌다. 떨어져 있는 동안 거의 컵라면으로 떼웠기 때문에 군침마저 돌았다. 커져 가는 자괴감만큼 손이 빨라진 나는 확인이 끝난 뒤 카카시에게 몇 군데를 짚어 주었다. "체크하십시오. 여기, 여기." "앗차, 빠뜨렸네." "그리고 여기도. 빠뜨린 게 왜 이리 많습니까?" "당신도 참… 알잖아, 오랜만이라 설레서." 기댔다가 앉았다가 정신없이 굴더니, 어느새 카카시가 데스크에 턱을 괸 채 나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내 옆의 동료는 번지르르한 외모 하나로 모든 것을 용서했다. 보기만 해도 좋으니까. 불쾌함이라는 것을 잊은 얼굴이었다. "네, 합격입니다!!! 부끄러우니까 빨리 가자…!!!" (…) 투닥투닥-. "그렇잖아, 둘이서 이러쿵저러쿵 나를 평가하다니." "무얼 화내고 있어? 그 정도는 칭찬으로 받아들이라고." "이번에는 그렇다 쳐. 다음에는 더 나쁜 말을 할지도 몰라." "나쁜 말 좀 하면 어때? 다들 그렇게 호박씨 까면서 사는 거지." "여자들도 애인의 친구들이 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싫지 않아?" 무엇보다 먼저 '카카시의 친구들이라…' 생각을 하게 되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확실히 그건 좀, 뭐랄까, 다른 의미로 끔찍하다. "근데, 진짜 탈 안 써도 돼?" "암부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면 지금도 기척을 감추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흠." "나는 이미 외형이 알려져서 가려 봤자 의미가 없어. 애당초 네 옆에 있는 남자가 나라는 것쯤 누구나 아는걸." "하긴-." 누구나 아는 관계라. 듣기 좋은 말이었다. 당연한 것처럼 되었기 때문에 잠시 잊고 지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큰길을 나란히 걸어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현재의 자신을 다시금 미소짓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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