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벽장을 열었다가 흥미로운 상자를 발견했다. 이삿날 이후로 본 기억이 없는 그 상자 안에는 아무래도 현재 사용하지 않는 카카시의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뭐, 살짝 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다 해도 왜 하필이면 가장 프라이베이트한 물건을 꺼내들었는지. 나는 망설임 끝에 자신의 것과 비슷해 보이는 낡은 다이어리를 빠르게 펼쳤다 닫았다. 분명한 사실은 내가 기억하는 카카시의 글씨체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약 1초 간 엿본 결과 아저씨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쩌면 아주머니께서 나처럼 다이어리를 일기장으로 쓰셨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앞으로 내 시어머니가 되실 분의 프라이버시였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으로 다이어리를 펼쳤다. 공중에서 하늘하늘 춤추며 떨어진 낙엽이 산산이 부서졌다. "……." 당황한 나머지 식은땀이 났다. 카카시는 임무 중인데, 괜스레 두리번거리며 그의 부재를 확인했다. 부정할 수 없는 내 실수지만 정말이지 낡은 물건이었다. 끝내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나는 첫 페이지를 읽어내렸다. 5살, 가을. 오늘 단풍(楓)을 어떻게 쓰는지 배웠어. 단풍은 하타케 군이 가르쳐 줬어. 예쁜 단풍잎이랑 다이어리를 선물받아서 기뻐. 일기를 매일 쓰면 똑똑해진대. 약속 : 오늘부터 사쿠모라고 부르기. - 어제의 오늘은 내일이야.^_^ 넓은 여백을 보니 허전한 기분이 들어. 의미 없다는 건 알지만 뭐라도 채워 넣고 싶었어. 이제 와서 그때 주웠던 단풍잎을 보니 신기하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약속 지켜 줘서 고마워. 어떤 선물보다 더 특별했어. - 내가 언제 부끄러워했다고? 아주머니께서 다섯 살 때 쓰신 일기라니. 역시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기의 주체가 애매했다. 아주머니의 일기임은 분명한데 나중에 쓰인 듯한 아저씨의 일기도 보이고 서로의 일기에 짧은 코멘트를 적어 놓았다. 어머머머머.//// 영혼까지 달콤한 로맨스에 취했다. 이 나이가 되고 나면, '설렘'이란 귀하고도 짜릿한 경험이다. 때아닌 봄의 기운이 나를 소녀로 돌아가게 했다. 자제력을 잃고 자연스레 다음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 5살, 겨울. 아침에 눈토끼를 만들면서 놀았어. 어젯밤에 눈이 내렸거든. 오늘은 밥 먹기 전에 손을 안 씻었어. 그치만 엄청 따가웠는걸. 약속 : 눈을 만질 때는 꼭 장갑 끼기. - 매일 손을 씻지 않으면 안 돼.^_^ 실은 그날 우리 집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고 나서 널 도와주려고 갔던 거야. 네가 만든 눈토끼를 보고 아이답다는 생각을 했다니, 웃기지. 같은 아이면서. 확실히 눈을 가지고 노는 게 청소보다 재밌었어. 올해도 나는 마당을 쓸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재미없는 남자애라서 미안해. -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 없어. 6살, 봄. 날씨가 굉장히 따뜻했어. 숲으로 놀러가서 꽃을 많이 꺾었어. 제비꽃을 찾다가 길을 잃었지만 사쿠모가 찾아 줘서 울지 않았어. 약속 : 놀러가기 전에 사쿠모에게 얘기하기. - 야생의 꽃은 눈으로만 보자.^_^ 야생초를 공부할 때 들떠 있는 너를 보고 봄이 되면 미아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너는 예상 그대로 사라져 버렸어. 눈 앞에서 놓친 기분이었달까,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어. 누가 채 가기 전에 찾아서 정말, 정말, 다행이야. 남의 속도 모르고 제비꽃 꺾기에 푹 빠져 있었잖아. 정말, 농담이 아냐… 그때 이후 나는 스미레라는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는걸. 너 때문이야. - 절대 안 믿어.ㅗ 6살, 여름. 더워더워더워! 어째서 여름은 이렇게 더운 거야. 햇님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치만 사쿠모랑 같이 시원한 빙수를 먹었어. 단팥 만드는 거 진짜 재밌었어. 약속 : 얼음을 너무 많이 먹지 않기. - 햇님하고 사이좋게 지내.^_^ 일부러 네가 어려워하는 한자를 일기에 쓰게 했던 거지만 일기보다는 공부장처럼 보이네. 나는 뭘 그리 우쭐댔던 걸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게 그런 것뿐이지… 재미없는 녀석.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뒤에 먹는 빙수는 언제나 맛있을 거야. 지금도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해. 아, 그리고 알고 있겠지만 네가 머리 아프다 했을 때 웃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귀여워서야. - 너니까 보나마나 공부할 때도 속으로 웃었겠지. 7살, 봄. 일기 쓰는 거 귀찮아. 내일이면 또 맞춤법 어쩌구 한자 어쩌구 시끄럽겠지. 애당초 네가 뭔데 내 일기를 검사하는 거야. 델리커시가 뭔지도 모르는 자식아. 내 시험지 멋대로 가져가지 마. 반도 못 맞춰서 미안하다 그래. 누가 걱정해달래? 이제 곧 입학식이니까 공부해야겠지. 알고 있다고. 근데, 너한테 부탁한 적 없거든? - 혼자서 고민하지 마. 내가 있어.^_^ 부탁한 적 없다라… 그렇네. 그때라면 태연하게 '친구니까'라고 변명이라도 했겠지만. 이제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저기, 누군가를 그렇게 걱정하는 거 나도 처음이었거든. 처음에는 그랬지. 서툴렀지. 혼자 공부해도 재미없으니까 네가 옆에 있어 줬으면 했어. - 너한테는 내가 필요 없잖아. 아주머니의 외모라든지, 성격이라든지, 카카시에게 들어서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었다. 과연 아주머니께서는 아저씨나 카카시와 달리 뜨거운 성격을 가진 소녀였던 것 같다. 죄송스러운 생각이지만 글씨체가 엄청나게 산만하달까,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썼다는 게 느껴진다. 8살, 여름. 아카데미가 전혀 즐겁지 않아. 재미없어. 그리고 너무 졸려. 지금도 책을 펼치면 사쿠모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 나한테 신경 끄시지. 약속 따윈 개나 줘 버려. 멋대로 지우고 다시 쓰기만 해. 가만 안 둬. 특히, 헤노헤노모헤지(^_^) 그리면 죽는다.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고. - 허수아비 얼굴 귀엽지 않아? 확실히 그때의 너에게는 좋은 일보다 싫은 일이 많았는지도 몰라. 어쨌든 결국에는 나 빼고 다 좋아하게 되었으니 잘 극복한 셈이네. 물론 너무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미안, 지금으로서는 할말이 없어. 일기만은 계속 써 줬으면 하고 바랐는데, 결국 나한테 다시 돌아왔네. - 그래, 써 줄게. 이제 행복하냐? 단숨에 절반이나 읽어 버렸다. '어쩐지 아저씨에 대한 내용밖에 없는 것 같은데…'라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아저씨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뭐라 말해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9살, 가을. 스미레와 절교했다. 이게 다 하얀 머리 스토커 같은 놈 때문이다. 답답해 미치겠네. 내가 아니라고!!! 저쪽이 따라다니는 거라고!!! 도대체 어느 부분이 멋있다는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수없잖아. 이제 됐어. 혼자서라도 놀 거니까. 성적이 올라도 딱히 기쁘지 않거든. - 스토커라니, 그랬다면 지금 네가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도 알았겠지?^_^ 역시 그렇구나. 한 부분도 이해가 안 되는구나. 아프지만 받아들이는 중이야. 너와 스미레가 화해해서 다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오해가 있었던 거잖아. 아마도 내가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겠지. 고민만 하다가 널 놓치고. 지금도 그래.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서 뭘 기대하는 걸까. 차라리 그때, 돌아와 줬을 때 말할걸. - 이 자식, 분. 명. 히. 양다리 걸쳤어. 감히 누굴 속여. - 아니라니까.T_T 위험하다. 멈춰야지 멈춰야지 하면서 계속 읽게 된다. 로맨스 소설보다 재밌다. 제대로 감정이입해서 지금까지 두 분의 성장과정을 함께 겪어 왔다. 끝까지 읽지 않으면, 러브러브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잠이 안 올 것 같다. 10살, 겨울. 야!!! 이 상한 작물(사쿠모츠) 같은 놈아!!! 대체 너네 집이 어디냐!!! 나 혼자서도 밥 잘 해 먹어!!! 너 없어도 절대 안 외로워!!! 잘만 잔다고!!! 이제 밤에 안 돌아다닐 거니까 돌아가!!! 언제까지 감시할 거야 변태 놈아!!! 내 앞에서 우쭐대는 게 즐거워 죽겠지!!! 네가 뭐라도 된 거 같냐!!! 죽어라!!! - 그럼 내일은 먹는 거만 보고 갈게.^_^ - 오지 말라고!!! 너 말이야, 그 쯤에서 눈치채야 했던 거 아니야? 그러니까, 순전히 내 고집이었잖아. 나는 네가 걱정돼서 조마조마했는데 즐거워 죽겠냐니 얼마나 왜곡되어 보였던 거야. - 결국 네 고집이 이겼네. 11살, 봄. 요즘 아카데미에 쪽찌 같은 게 돌아다닌다. 좋아하는 애의 이름을 적는 거란다. 귀찮아서 하타케 사쿠모라고 적었다. 누가 적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름이니까. 그게 실수였나 보다. 한동안 조용하던 사쿠모가 내게 다가와 쪽찌에 대해 물었다. 녀석이라면 내 글씨체…랄까, 오늘의 팬티 무늬까지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 아니, 몰라. 세탁은 내가 하지만, 그것들 중에서 어떤 게 네 마음에 들지 알 수 없잖아.^_^ - 소름끼쳐. 야아아아, 이런 것까지 꼭 일기에 적어야겠어? 그래, 내가 착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야. 네 말대로 보자마자 네가 썼다는 걸 알았으니까, 잠깐, 아주 잠깐,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우쭐댔던 게 아니야. 너만 괜찮다면 친구든, 애인이든, 집안일하는 사람이라도 상관없었다니까. 정말. 그렇잖아, 상관없잖아. '누구라도 좋으니까~'라고 말할 때 쯤엔 누구보다 내 생각이 먼저 날걸!!! 흥!!! - 영원히 착각하고 있게 놔뒀어야 했는데. 12살, 봄. 하급닌자 시험에 합격했다. 아무래도 생애 첫 남자친구가 생길 것 같다. 사쿠모 자식이 쓸데없는 소리만 지껄이지 않았어도 최고의 하루였을 거다. 내가 혼자라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더는 귀찮게 안 할 테니까 안심하라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불쌍한 채로 그냥 내버려 둬. 네가 뭔데? 외톨이를 감싸 주는 훌륭한 인간이 되어서 참 뿌듯하겠다. 나쁜 놈. 솔직히 처음에는 혼자인 널 보면서 가엾다고 생각했어. 필요없는 친절이었어? 그럼 반대로 나는 어떨 것 같아? 너한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인 적 있으려나? 나도 너만큼 속상했어. 똑같이 상처입을 걸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굳이 진실을 말하자면 말이야. 네 냉대에 지쳐서 그만두고 싶었던 것 같아. 미안. - 이 얼룩 뭐야, 울었냐? - 안 울었어.^_^ 14살, 여름. 오늘 한때 내 남자친구였던 녀석을 실컷 쥐어패고 다시 솔로가 됐다. 저녁에 사쿠모가 놀러왔다. 주방 좀 빌릴 수 있냐길래 맘대로 하라고 했다. 이 놈의 구질구질한 인생에는 나보다 잘난 놈들이 가득해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벌써 상급닌자라니, 너무하네 정말. 역시 일기 쓰는 거 귀찮아. 사쿠모에게 돌려줘야지. 뭐야, 오늘 일기 언제 썼어? 내가 요리하고 있을 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걸까 기대했더니. 어쨌든 지난 일들을 되돌아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보려고 했는데 별로 소용이 없네. 역효과야. 왜냐면, 봐, 지금은 너도 아카데미를 졸업했고, 자취의 달인이 됐고, 연애라는 것까지 하게 됐잖아. 나한테 점점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게 보이지? 이유 같은 거 없더라도 나는 계속 너랑 있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해? - 넙죽 받기 그래서 한 번 튕겨 봤어. - 응, 고마워.^_^ 16살, 여름. 하타케 사쿠모! 간단한 임무라며. 금방 돌아온다며. 벌써 이틀이나 지난 거 알아? S랭크 임무도 후다닥 해치우는 녀석이 뭐 하느라 늦는 거야. 바람피면 죽. 는. 다. 이거, 네 보물, 태워 버리기 전에 당장 집에 들어와라. 올 때까지 밥 안 먹는다. 어? 병원 가서 검사받았어. 역시 자궁 쪽이 별로 안 좋다고 하네. 별로 걱정할 건 아니야. - 남들보다 조금은 빨리 아이를 가지는 게 좋겠다.^_^ - 꿈도 꾸지 마. 20살, 가을. 이제부터 나도 성인이라니 실감이 안 나. 책임감의 무게가 확실히 다르네. 원래부터 혼자였던 내게는 지금도 딱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없지만 말야. 어른이 된다는 건 여자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잖아. 슬슬 각오를 다져야겠어. 나는 네 덕분에 조기졸업까지 했으니까 검사 더 자주 받을 거야. 너무 걱정 마. - 아저씨, 아주머니, 죄송합니다.T_T - 그 소리 언제까지 할 거야? 23살, 겨울. 올해만 이게 몇 번째 장기임무야! 호카게 님께서 당신에게 너무 의지하고 계신 거 아니야? 요즘 몸상태가 이상해. 자도 자도 졸리고, 화끈거리고, 답답하고, 우울하고, 구역질나고 그래. 병원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가볼까 봐. 솔직히 말해서 무서워. 네가 필요하단 말이야. - 남자아이면 카카시(허수아비) 어때? - 그거 참 너 같은 이름이다, 사쿠모(작물). 24살, 가을. 적당히 좀 해. 나더러 하루종일 멍때리고 있으란 거야 뭐야. 답답해 죽겠어. 그렇게 걱정되면 집에 좀 붙어 있든가. 당신한테는 동료가 가족만큼 중요하지. 더는 말 안 할 테니까 당신도 잔소리 하지 마. 만삭의 몸을 이끌고서라도 나갈 거야. 아직 예정일까지 한참 남았잖아.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뱃속의 애도 난리고. - 카카시는 무사해. 당신도 돌아와 주면 안 돼? 음… 뭐부터 적으면 좋을까. 그로부터 벌써 6년이나 지나버렸네. 미안해, 여보. 어떻게든 참고는 있지만, 역시, 그렇잖아, 다시 행복해지는 건 무리야. 정말 무리. 지금까지 일기를 펼칠 용기도 나지 않았는데, 희한하네 오늘은. 술에 취한 탓인가. 그나저나 우리 아들이 천재래. 6살에 중급닌자라니 말이 돼? 이 녀석 괜찮은 건가? 내 아들이지만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가끔은 너무 어른 같아서 무서워. 아니 글쎄, 결혼도 싫고 아이를 갖는 것도 싫대. 이거 나 때문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 어떡해…T_T 하나뿐인 아들에게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없다니 최악이야. 최악의 아버지. 당신도 알다시피, 나, 진심으로 사랑했던 거 당신뿐이라. 뭐라고 설교해야 할지 모르겠어. 게으르다고 화내지 마. 나도 지쳐 버렸는걸. 아니면 역시 내 속은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어? 이제 한계야. 내 아들에게 엄청난 죄가 되겠지만 어쩔 수가 없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건 너무 뻔뻔한 바람이겠지? 당신만큼이나 뻔뻔하지? 나 진심이니까 더 늦기 전에 당신이 멈춰. 지금 당장, 내 목을 조르든지 뭐라도 하란 말이야. 죽을 것 같은데 죽질 않는다구. 기왕이면 더 아프게, 아예 숨을 막아 줘. 무슨 뜻인지 알잖아. 제발 끝내. 나는 당신과 절대로 떨어져서 살 수 없어. 이대로 몇 년이 지나든 당신만을 사랑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으나 다이어리 위로 뚝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읽어 버린 이상 필연적인 눈물이었다. 아저씨께서는 아주머니의 일기가 쓰여진 페이지의 여백만 채우셨다. 이렇게 두꺼운 일기장은 처음 보는데도, 빈 페이지가 두 개 남았다. 단 이틀…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었을 텐데. 카카시는 마을이 부숴졌던 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를 만난 것 같다고 했다. 깨어난 직후여서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가슴 한 구석의 원망을 덜어낸 덕분에 기억이 흐릿해진 지금도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인다. 어쨌거나 상자로 돌려놓자. 그래도 아직 그리워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좀 더 가까워지길 기다려야겠지. 벽장을 닫고 돌아서니 마침 돌아왔다. 익숙하게 떨쳐낸 나는 언제나처럼 웃으며 카카시의 품에 뛰어들었다. "하타케 군-. 오늘은 가 어떻게 위로해 줄까-?" "들어오자마자 러브러브 파라다이스라니… 살맛 난다……." 당신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모두 같을 테니까. "내 몸도 마음도 다 네 거야-."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잘 먹겠습니다-.(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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