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하지만 기분 좋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바쁜 하루가 지나갔다. 어제처럼 데스크 안쪽에서 신경통으로 끙끙 앓고 있을 때, 그런 괴로움을 잊을 만큼 반가운 사람과 마주쳤다. 오늘 막 마을로 복귀한 수색반의 닌자는 얼마 전까지 병원에서 내게 치료받았던 남자였다.

 그는 오랜만에 다시 병원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원래 담당의였던 나와 만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고마웠다며 저녁을 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손목시계를 봤더니 평소였다면 씻고 잘 시간이 되어 있었다.

 카카시는 벌써 잠들었으려나. 현관문을 열자마자 쌔한 느낌이 들어서 그대로 다시 닫을 뻔했다. 설마, 아니겠지. 야단났네. 머뭇거리며 주방으로 걸음을 옮기자, 아니나 다를까, 단단히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밥 먹었어?"

 "네."

 현재의 말투에 겨우 익숙해졌으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존댓말을 쓴다. 예를 들면 용돈이 필요할 때. 무언가 잘못했을 때. 자신을 낮추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누구랑?"

 "제가 담당했던 환자예요."

 "이름을 대면 아는 사람이야?"

 "미안하지만… 말 못해요……."

 이 얼마나 겸손한가. 그러나 카카시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다. 환자에 대해 어떤 것도 누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애인의 앞에서까지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으니 마음 속으로는 실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외로 납득하거나.

 "됐어, 그럼."

 의료닌자는 기본적으로 동료의 포지션이고 같은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치료가 끝난 뒤에도 소통을 한다든지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모든 의료닌자가 편한 동료같은 인상을 가진 건 아니다. 단지 내 목표는─.

 "고생 많았어요,  선생님."

 카카시가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따뜻한 손길에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어쩌면 의심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어깨의 긴장이 풀렸다.

 어쨌든 변명할 여력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았다.

 "피곤해."

 나는 아이처럼 카카시의 품에 안겼다. 어렸을 때 이따금씩 아카데미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에게 똑같이 응석을 부리곤 했다.

 매번 자신에게 보호자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잘 하고 있어."

 엄마에게 안겨 있는 듯하다가 크고 거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났다.

 그렇지만 뭐라 말해도 나는 이 품이 자신에게 정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상기하고 있다.

 조금 다른 의미로 과거의 자신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앳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카카시 너는 안 피곤해?"

 "뭐어… 나도 어쩔 수 없지."

 네, 그렇습니다. 아저씨가 되어 버렸습니다.

 카카시가 애달픈 목소리로 대답하며 뻐근한 어깨를 쿡쿡 두드렸다.

 아아, 세월이 야속하다. 예외 없이 이런 생각들을 하고는 괜스레 허허허 웃는다.

 "하타케 군."

 "왜?"

 "이제는 도 다 컸잖아. 내가 위로해 줄게."

 "그래, 카카시는 처음부터 그걸 노린 거야. 잘 부탁해."

 가끔 카카시는 과거에 내게 쏟았던 애정을 이런 식으로 돌려받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이 자식, 나보다 어린 주제 처음부터 키잡이 목적이었던 거냐.

 생각만 해도 웃기지만, 카카시가 만족한다면 그의 즐거움을 뺏고 싶지 않다.

 "카카시도 잘 하고 있어-.(쓰담쓰담)"

 이것은 내 즐거움이기도 하다. 위로라고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여전히 응석을 부리고 있는 것과 같다.

 여짓껏 받기만 했으니 말하지 않아도 뭐든 주고 싶다. 지금처럼, 즐거운 기분을 넘어서 행복해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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