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이 저물 때 즈음, 갑자기 수색반에 의료 닌자로 편성되어 임무를 나오게 되었다. 원래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만 먼저 받았던 자료에 굉장히 익숙한 남자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걱정 돼서 힘든 줄도 모르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나무에 기대어 쉬는 모습이 생각보다 말끔하지만 피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내상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복부를 감싸고 있는 그의 팔 위에 살며시 손을 얹는다. 그가 작게 신음하며 눈을 뜬다. 궁상맞은 소리보다는 따끔하게 잔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다.

 "…?"

 "네, 입니다. 이제 괜찮아요."

 걱정과 불안은 뒤로 감추고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하타케 상닌에게 지원을 오게 된 것은 처음이다. 오늘 만큼은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통증을 억누르려는 듯한 그의 팔을 조심스레 치우고, 손바닥에 차크라를 집중시킨다. 왜 불길한 생각은 빗겨가질 않는 걸까. 예상했던 대로 치료가 까다로운 내상이다.

 "별 것 아니니까 다른 녀석들부터 봐줘."

 "가만히 계세요. 딱 봐도 하타케 상닌이 제일 심하다구요."

 이 사람은 대장이면서 툭 하면 부상을 입어서 줄곧 병원의 단골손님이었다. 심지어 부상자 중에서 가장 심하게 다칠 때가 많다. 이번에도 팀원들과 떨어져서 혼자 쉬고 있던 걸 보면 뻔하다.

 통증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그랬겠지. 내상이든 뭐든 자기는 나중이어도 좋다고 생각했겠지. 딱히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정말이지 사람 걱정시키는 데는 뭐 있다.

 "다른 의료 닌자는?"

 "왜요? 제가 못 미더우십니까?"

 "너에게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지."

 아아… 열이 올라온다. 치료중이라 못하지만 답답해서 한 마디 해주고 싶다. 부상당한 건 이 사람인데 어째서 내 가슴이 아픈 거지.

 "한심한 모습이라니, 잘 들으십시오! 옛날에 저는 당신을 미워했지만 지금은 전부 오해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천재일 뿐만 아니라 동료의 목숨을 무엇보다 우선시 하는 훌륭한 대장입니다! 닌자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당신이 곁에 있어 주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구요!"

 "……."

 숨이 찰 정도로 힘을 주어 말했다. 하타케 상닌이 멍한 표정을 하고서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머지않아 실없는 웃음을 내뱉는다. 내 진심을 농담 정도로 받아들인 것일까. 어쨌든 기뻐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잘했어…?"

 영력하게 힘이 빠진 목소리로 그가 묻는다.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다. 내게까지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했다고 생각하면 문득 울컥 하고 올라온다.

 "예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가 나른하게 웃는다. 남자가 예쁘냐고 물으면 어색하게 들릴 법도 한데, 빼어난 미모 덕분인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네, 예뻐요."

 지금은 마음가짐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솔직히 겉모습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보다 예쁘다. 얼굴이 뜨거워져 오히려 이쪽이 귀여운 여자아이와 마주하고 있는 소년이 된 기분이다.

 "윽……."

 "아프십니까?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얼른 처치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괴로워집니다."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면서도 피식 웃는 하타케 상닌. 초췌한 얼굴로 통증을 억누르며 짓는 청초한 웃음도 매력 있다.

 "아파도 기쁘네… 이렇게 말하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선생이 환자들을 치료할 때… 왠지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지금은… 내가 완전히 독점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새삼스럽지만 완벽한듯 보이는 이 사람도 어쨌든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자신의 역할이, 자신의 능력이, 그러한 부분을 어느정도는 분명하게 채워줄 수 있다는 것에 은근히 뿌듯함을 느낀다.

 "우리 … 많이 컸구나……."

 뿌듯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무섭게, 무언가 내 안에서 허무하게 깨졌다. 마치 어린 아이의 얘기를 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눈썹을 찌푸리며 의아한 얼굴을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조마조마 했었는데… 이젠… 굉장히 듬직해……."

 그런 것인가. 평소부터 은근히 무시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를 아주 제대로 어린애 취급했구만. 돌이켜 보면 어릴 적부터 이래저래 나를 신경써 주었던 사람이라 차마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남자인 그를 현모양처의 표상이라 생각했을까. 정직하게 말해서 하타케 군에게는 내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비로소 그에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면 문득 조금 쑥스러워지기도 한다.

 "……."

 "?"

 "나… 치료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

 "……."

 그의 말을 이해하려 하는 동안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머지않아 얼굴이 뜨거워진다. 방금 하타케 상닌의 말,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집에서, 임무가 끝난 뒤 돌아온 하타케 상닌을 치료할 때, 그에게서 이런 시선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라고.

 "…?"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망설이고, 망설인다. 그 사이 손에서 절로 힘이 빠져나가 차크라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흐트러진다.

 "……."

 딱히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그것을 대답으로 받아들인 하타케 상닌이 약간의 괴로움이 섞인 짧은 숨을 토해내며 내게 입을 맞춰온다.

 "음……."

 오늘 내 마음은 정말 바쁘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하게 되어 신났다가, 좋아하는 사람의 부상 소식을 듣고 불안해졌다가, 지금은 달달함에 젖어들었다.

 "하… 일단 치료가 먼저입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하타케 상닌의 어깨를 밀어낸다. 그러나 떨어지긴커녕 그가 나를 두 팔로 꼭 끌어안으며 키스를 계속한다.

 "음… 음음……."

 흐름을 타고 뜨거운 혀가 들어와 나의 감각을 휘어잡으며 차크라의 흐름이 완전히 무너진다. 더는 저항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정신이 몽롱하다.

 "우리 ……."

 키스가 끝나는가 하면 뜨거운 숨결과 함께 그의 작은 속삭임이 입술 위로 떨어진다. 그 사이 거칠어진 손은 내 뺨을 감싼다. 이 사람은 나와 이런 일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를 제 손으로 기른 아이처럼 여기고 있나보다. 그런 감정이 전해져서 순순히 손길을 받아들인다.

 "좀 더… 행복해져야 하는데……."

 "예…?"

 "내… 새로운… 꿈… 윽…!"

 의아함을 느끼는 찰나, 갑자기 하타케 상닌이 내게로 쓰러지며 아픔을 호소한다. 아까보다 훨씬 큰 괴로움이다.

 일순간 당황했다가 그를 다시 나무에 기대게 하고, 서둘러 양손에 차크라를 모은다.

 (…)

 필사적으로 치료해서 겨우 부상을 가라앉혔다. 치료 도중 잠깐 의식을 잃었던 하타케 상닌은 차크라가 완전히 바닥난 듯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심한 것일 줄은. 처음에 바로 깨달았어야 했는데, 집중력이 부족했다. 이래서야,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만을 하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

 하지만 하타케 상닌도 그렇다. 의식을 잃을 만큼 괴롭다면 지금처럼 가만히 있을 것이지, 왜 헷갈리게 웃으면서 얘기를 하고 키스 같은 것을 하는 걸까.

 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는데. 그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뻐서, 무심코 달달함을 느꼈던 것을 책망하며 자신의 이마를 탁 때린다. 그리고 힘 없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나… 좀 더 노력할게… 하타케 군……."

 지금이라면 '카카시'라고 말해도 좋을까. 아니, 아니다. 아직은 내가 나 스스로를 온전히 인정할 수 없다. 말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하타케 상닌이 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거지. 농담 같은 것은 분명 아니었는데, 끝까지 듣지 못해서 신경쓰인다. 마을로 돌아가면 다시 말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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