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거리 화류가는 가게들이 일제히 붉은 등을 밝힘으로써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

 붉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새빨간 종이에 동물이나 곤충 같은 공예가 더해져서 불이 켜짐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야에 넘실거리는데, 이는 화류가만이 가진 고유의 활력을 보여주듯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러운 사창가라 손가락질하는 이들마저도 그것이 가진 표면적인 아름다움만은 부정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따라서 수줍게 발을 들이고, 고개 저으며 몇 번을 돌아서다가도, 단 하룻밤만 지내고 나면 붉은색의 꿈으로부터 쉽게 깨어나지 못한다.

 세상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 번창하고 있는 거리는, 감히 어느 곳에서도 들춰낼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유녀들은 매일 거리낌 없이 제 몸을 쓰면서도 동이 틀 때까지 자기들이 지니고 있는 품위를 잃지 않았다.

 그곳에 있으면 영원히 아침이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꿈의 환영, 즉 '몽환'이라는 이명을 얻게 된 것이다.

 오래 전부터 닌자 마을과 화류가는 미묘한 관계였다. 사실, 닌자는 어둠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 가든지 반드시 존재했다. 숨죽인 채 은신하고 있다가, 때로는 사람들 틈에 행인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다가오는 적을 일침에 쓰러뜨린다.

 화류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닌자들은 술, 이성, 따뜻한 이불, 그 모든 유혹을 떨쳐내고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몽환의 거리에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고독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고단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셈이었다.

 "우리 정보가 맞는다면 타깃은 저 주점 안에 있을 거예요. 정확하게는 주점의 가장 깊은 곳에 있겠죠. 들어갈 준비 됐어요?"

 "글쎄, 그동안 화류가에서 수백 번 이상 임무를 수행한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좀처럼 결심이 서질 않네. 막상 주점 앞에 서니 더더욱."

 수백 번이나 드나들었을 정도니 그동안 버나별 꼴을 다 봤음은 분명하다. 어떤 엽기적인 사건일지언정 닌자라면 이미 한번쯤은 겪어본 적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난처한 경우가 있다. 타깃이 동성애를 즐긴다든지, 남자만 들어갈 수 있는 주점에 드나든다든지, 심지어 그곳에 잠입해서 생포해야 하는 이런 경우.

 "저도 꺼림칙하긴 마찬가지예요.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가죠."

 딱히 동성애에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적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 보니, 일일이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으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고, 그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까지도 솔직히 저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긴장해서 목각인형 같은 걸음으로 척척 움직이노라면 두 걸음 나아가서 카카시에게 어깨를 붙잡혔다.

 "기다려, 가장 중요한 걸 잊었잖아. 여긴 남자만 출입 가능한 곳이라고 방금 전까지도 얘기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훨씬 늠름해졌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사내로 보이지는 않거든."

 아차 하고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변신술의 인을 맺었다. 남자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누구로 변할지는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변신했다. 눈앞의 카카시를 제외하고 내가 무의식중에 떠올릴 만한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저 어때요?"

 "설령 오비토가 살아 있다 해도 이런 꽃미남으로 성장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 여자들의 꿈에나 존재할 법한 남자랄까, 화류가에 딱이긴 하네."

 나를 비꼬고 있음에 분명했지만 시답잖은 말다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흠흠, 진하게 헛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도 중후하게 바꾸었다.

 갑자기 흥미가 생겼는지 아니면 한번쯤은 이런 미래를 꿈꾸었던 적이 있는 건지, 기왕 변신하는 것 말투도 본인처럼 바꾸어 보라고 카카시가 먼저 제의했다.

 "아, 아. 카카시. 바보 카카시."

 생각해보니 변신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기도 해서, 내 나름대로 남자다운 말투는 어떤 건지 머릿속으로 궁리해봤다. 그러는 사이에 카카시가 픽 웃음을 흘리면서 주점으로 향하고, 나도 다급히 뒤를 따랐다.

 "같이 가!"

 입구에는 건장한 체격의 문지기가 주점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님 중에 여자가 있지 않은지 감시하는 걸까. 애당초 임무만 아니면 여자가 올 일은 없을 거다. 아마도 소란이 일어나거나 하면 저 탄탄한 근육으로 저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거겠지.

 가게 안은 거리에 뒤지지 않을 만큼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돌아다니는 데다 몇몇은 웃통을 벗고 있어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여기서부터는 늘 하던 일이니까 긴장하지 마. 단숨에 해치우자고."

 "으, 응."

 카카시는 대장답게 여유로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를 따라가다가 붉은빛에 어느 정도 시야가 적응되었을 때 즈음에는 호기심이 생겨서 넋을 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문턱을 지나는데 알알이 크리스털이 달린 발이 내 얼굴을 때렸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빛이 줄어들고 공간은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캄캄한 동굴 같은 복도에 이르렀을 때는 갑자기 뿌연 담배연기가 나를 덮쳤다.

 케헥, 케헥. 기침하며 돌아보는 순간 시선이 닿은 곳에는 웬 토끼 귀가, 흔히들 말하는 '바니걸'이 있었다. 후드 달린 점퍼를 걸쳤지만 지퍼가 없고, 안쪽에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타이트한 가죽옷 그리고 망사스타킹이 분명히 보였다.

 진한 화장은 원래 얼굴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터프한 외모를 가려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목소리만은 딱히 감출 생각이 없는지, 바니걸 차림의 그녀(?)는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보기 드물게 잘생긴 오빠들이네. 내가 한 번 맞춰볼까. 둘이 커플이지? 평범하게 데이트하고 뒹구는 것만으로는 지루해진 거야?"

 나는 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 올리며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아등바등했다. 임무 중에도 일단 닌자라는 것을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적당히 주변 사람과 말을 섞기도 하면서 자연스러워 보일 필요는 있었다.

 아까부터 여유로워 보이던 카카시는 이번에도 당황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나른하게 웃으며 대처했다. 단지 내가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하나 더 맞춰 보세요. 우리 둘 중에 누가 '남자친구'인 것 같아요?"

 카카시는 꽤 자신 있어 보였다. 바니걸 씨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고 뱉으며 카카시와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담배 끝으로 정확히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야, 이 오빠겠지."

 "엣…"

 "딱 봐도 듬직한 남자친구잖아. 하얀 머리 당신은 질투 많은 여자친구. 너무 쉽네."

 "……."

 카카시가 할말을 잃고 멍해져 있는 동안 나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한 템포 늦게 반박하려는 그를 붙잡고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좁은 복도를 빠져나가자 넓은 홀이 나와서 조금은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어째서 내가…"

 "마스크 벗으면 솔직히 여자보다 예쁘게 생겼잖아요. 아니… 흠흠, 이건 당연한 결과다. 인정해, 카카시."

 으히힛, 짓궂게 웃는 내게 카카시는 단지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곱상한 것도, 마른 몸을 가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집에서의 역할로 따지면 아내라 해도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

 카카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애써 착잡함을 떨쳐냈다. 그러고나서 주변을 살펴보더니, 내 팔을 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봐,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지?"

 "정말이다. 우리 타깃이잖아."

 타깃의 남자는 하필이면 오늘 본 것 중 제일 하드코어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마디로 핑크핑크했다. 그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서 곁에 있는 남자에게 아양을 떨고 있었다.

 "가라, 오비토."

 "어째서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질투많은 여자친구잖아. 우리 타깃에게는 라이벌이 되는 거니까 가도 소용없을 거야. 여기서는 듬직한 남자친구인 네가 나서야지."

 카카시는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내 등을 억지로 떠밀었다. 이 자식, 나중에 두고보자. 덕분에 자연스레 오비토에게 감정이입하게 됐다.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심호흡한 뒤 마음을 다잡고 타깃에게 접근했다.

 타깃은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이쪽을 보더니 어째선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설마, 벌써 들켰나. 그런데 그는 굉장히 기뻐하며 내게로 쪼르르 달려와 다짜고짜 허리를 끌어안고 조금 전과 같이 아양 아닌 아양을 떨어댔다.

 꺄아, 오빠 너무 잘생겼다. 완전 내 취향.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정신이 아찔한 나머지 나는 금방이라도 빠져나갈 것 같은 혼을 겨우 붙잡고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부담스러운 그녀(?)가 야릇하게 내 몸을 훑어내리는 것까지는 그래도 견딜만 했다. 그러나 가증스런 집게손가락으로 내 옷을 살며시 붙잡고 어둠의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순간에는 마음 같아서는 소리내서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문이 닫히기 전, 마지막에 보았던 카카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서둘러. 우리의 임무를 잊지 마. 지금의 정신력으로는 그다지 오래 견뎌낼 자신이 없단 말이야.

 더헉, 침대 위로 거의 내팽개쳐지다시피 쓰러졌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로맨틱한 행위일지 몰라도 건장한 남자에게 밀쳐질 때는 오히려 공격을 받는 것 같다.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지만 방금 전 그의 팔에 근육이 불끈 솟아났다.

 "그 검푸른색 머리카락… 흥분되는걸. 어젯밤 꿈속에서 오빠를 본 것 같아. 현실로 걸어나와서 눈앞에 나타난 거지. 그야말로 내 꿈의 남자, 높치고 싶지 않앙.♡"

 당신의 취향에 대해서 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군. 하지만 꿈의 남자이기 때문이야말로 다른 누군가와 공유할 수는 없지. 이래 봬도 나는 쿠노이치야. 미안하지만 얌전히 생포되어 줘야겠어.

 나는 감춰 두었던 수리검을 꺼내 빈틈을 노렸다. 그런데 뜻밖의 순발력이었다. 홱,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타깃이 내 공격을 깔끔히 막아냈다.

 "싫다앙, 여긴 무기 반입 금지인 거 몰라? 오늘에야말로 나의 반쪽을 찾았다 싶었는데, 어쩐지 이 바닥 인간치고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잘생겼다 싶었지. 이렇게 된 이상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겠넹… (험악)얌전히 따먹히라고, 이 자식아!!!"

 "카카시이이이이이!!!"

 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피이잉- 타다닥-! 여러 개의 수리검이 타깃을 아슬하게 스치며 벽에 날아가 박혔다. 겨우 벗어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여차하면 타깃이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카카시와 정확하게 포메이션을 유지해야 했다.

 "오비토, 무사해?"

 "응, 괜찮아!"

 정신적인 손상을 조금 입긴 했지만 카카시가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와서 어쨌든 벗어날 수 있었다.

 "오비토 쨩이라고 하는구나. 어쩜 이름도 마음에 쏙 드넹. 평생 나만 부르고 싶다아… (험악)임자 있는 새끼가 아니라면 말이야!!! 감히 여친과 짜고서 나를 엿먹여?!! 여린 소녀의 마음에 상처입힌 벌이다!!! 둘 다 저 세상으로 보내주마!!!"

 어떻게 봐도 여린 것 같지는… 아니, 그 이전에 소녀가 아닙니다만. 짧은 만남이었지만… 네, 뭐, 상처입힌 건 미안하게 됐습니다. 생포한 뒤에 그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 -라는 생각은, 타깃이 자신의 두꺼운 레자옷을 부우욱 찢는 순간 쥐뿔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만은 금물. 진지하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2:1인데도 이만큼이나 버티다니. 원체 좁은 공간이라 인술을 사용하기는 어렵고 육탄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타깃이 손에 잡히는대로 휘둘러서 죄다 부서지고 스탠드의 유리까지 와장창 깨졌다.

 "조심해, 카카시!"

 "더헉-!;;;"

 젠장, 프로답지 못하게 뭐하는 거야. 카카시가 타깃에게 멱살을 붙잡혔다. 정신없는 와중에 내가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반사적으로 이쪽을 돌아보면서 빈틈을 내어준 탓이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뿐이었는데. 나도 남말할 처지가 아니다. 하도 이상한 일을 겪어서 아직도 머리가 혼란스럽다.

 타깃과 서로 얼굴이 가까워지자 카카시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하얀 속눈썹이 눈처럼 내려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타깃이 카카시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대뜸 마스크를 내렸다. 그리고 또 침묵으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여신님…?"

 아, 그랬다. 어디까지나 이 바닥에서, 모두에게 찬양받을 만한 아리따운 미모 앞에 그녀는 할말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아니… 이봐, 어째서 자꾸 나한테 여자의 수식어를 붙이는 거야? 아까부터 네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데, 전혀 반대거든? 내가 덮치는 쪽이거든? 매일밤 질리지도 않고 맞아가면서도 덮치거든?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아줄래? 애당초 저건 변신…"

 "저… 정마알…? 오빠였어어…?♡"

 카카시의 눈동자가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등골이 쌔해졌겠지. 발끈해서 내뱉었던 것이 인생 최대의 말실수가 되었으니. 그래도 내 남자인데 너무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다.

 "오빠… 내 일일 남친이 되어주면 안 돼…? 하루만이라도 당신의 여친이 될 수 있다면 얌전히 잡혀주어도 좋앙-. 나중에 전부 쥐어패고 탈출하면 그만이니까아-."

 "그… 그건 좀……."

 "(험악)못하겠다는 거냐!!! 그럼 좋아!!! 키스 한 번!!! 눈 딱 감고 쪽!!! 그거면 돼!!! 설마하니 그 정도도 못하겠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두 번씩이나 내 가슴에 상처를 입힐 셈이냐!!!"

 "오비토, 왜 가만히 있어…? 이럴 때는 애인이 나서서 막아야 하는 거잖아……."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카카시. 지금이라면 누구도 다치지 않고 끝낼 수 있어. 너의 입술을 희생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평화로운 방법일지도 몰라."

 아까의 복수다.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똑같이 웃어 주었다. 지금쯤 아마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겠지. 뭐랄까, 이쪽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도 여러 가지로 험난한 모양이라, 타깃이 조금 가엾기도 했다. 입술을 한 번 양보하는 것쯤은… 당연히 허락할 수 없지만, 재밌으니까 최대한 골려줘야지.

 "오빠아아, 우우우-.♡"

 "제길, 남자는 입술이 아니라 주먹으로 통하는 거다!"

 퍼억!!! 카카시의 펀치를 시작으로 격렬한 전투가 펼쳐졌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 타깃이 코피를 쏟았을 정도다. 그만큼 필사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거겠지. 그보다 카카시가 위험하다. 얼떨결에 나까지 애인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우당탕쿵쾅─.

 (…)

 엉망진창. 결과적으로 임무는 무사히 마쳤지만 꼴이 말이 아니다. 타깃의 전투력이 예상을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주점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야만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데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오늘따라 이상하게 옷이 많이 찢겼다. 남자라면 상반신이 조금 노출되어도 상관없지만 여자인 나는, 이런 상태로 변신술을 푸는 건 위험하다. 새옷으로 갈아입기 전까지 계속 오비토의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

 "있잖아, 오비토. 오늘은 한 잔 해야겠지?"

 "당연한 걸 뭘 묻고 있어? 가자, 바보 카카시."

 두 남자의 입에서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제야 현실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임무였는지. 시작부터 상당히 고단했지만 마지막은 썩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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