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랭크는 오랜만이지? 긴장되겠네-."
"네… 솔직히 좀 무서워요……." "그런 선생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물건을 하나 줄게." "?" 그가 엉덩이에 달린 주머니를 뒤적거려 작은 두루마리를 꺼낸다. 그리고 받자마자 일단 펼치려고 하는 나를 저지한다. "아직 보면 안 돼.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만 펼치는 거야." "안에 뭐가 적혀 있는데요?" "안 가르쳐주지-." 혹시 못된 장난인가?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웃는 하타케 상닌을 보고 있자니 조금 불안하지만 임무에 있어서 만큼은 장난을 칠 사람이 아니다. 뭐가 되었든 간에 일단 받고보자. "왠지 중급 닌자 시험 때가 생각나네요."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네, 네. 잊지 않을게요.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만 사용할 것." (…)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이렇게나 빨리 그런 순간이 올 줄은 몰랐는데. 임무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조금씩 위험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라니, 완전히 적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동료들과 떨어져서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상황. 모두 무사한 걸까. 고개를 휘휘 저으며 불안함을 떨쳐낸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일단 살고보지 않으면 이 앞으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동료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구천을 떠돌게 되는 것은 절대 사양이다. 피잉-. 챙-! 적은 모습도 기척도 완전히 숨기고 있다. 언제 어느 방향에서 공격해올지 모른다. 방금 전에는 튕겨낼 수 있었지만 다음은? 그 다음은? 막아내지 못하면 죽음 뿐이다. "나뭇잎의 닌자라는 게 겨우 이 정도인가? 시시하군." "!" 처음부터 환술로 소대를 분열시키고 투척형 무기만 사용해서 원거리 공격형의 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위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당했다! 어느덧 내 앞에 서 있는 적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기껏해야 10m 남짓 되는 거리. 조금 전에는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그 틈을 노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 만큼 나를 얕잡아보고 있다는 거겠지. 뒤적뒤적-. "뭐야, 독침이라도 꺼내려는 거냐?" 그런 게 아직 남아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고전하고 있지 않아, 멍청아.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머니 안에서 꺼낸 두루마리를 촤락 펼친다. 이건… 소환술? 낯익은 문양 가운데 커다란 사람 인 자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사람을 불러들일 때 사용하는 소환진이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보던 것과는 살짝 다르다. 대체 누가 어떻게 나타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정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누군가 모습을 나타낸다. 상당히 눈에 익은 뒷모습이다. "누, 누구냐, 너는?!" "그런 것을 묻고 있을 시간에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치지지지직-. 푸른색의 전기 입자가 공기를 거칠게 찢으며 솟구친다. 남자의 손끝에 강력한 에너지가 모여 구의 형상을 띠고,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가 귀를 난폭하게 때려댄다. 그야말로 천 마리의 새가 동시에 울고 있는 소리 같다. 평상시에는 그토록 평화로운 소리이건만. 갑자기 천 구와도 같은 기세로 울려 퍼지니 과연 위압적으로 들려온다. "치… 치도리? 거짓말이지! 이렇게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진 적이 기겁하며 허공에 손을 휘젓는다. 저 사람 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갑자기 대장급의 상급 닌자가, 그것도 천재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면 누구라도 까무라치게 놀랄 것이다. "ㅈ, 자, 자자자자잠깐! 아직 마음의 준비가아아! 아아아아악!" 끝났다… 웅장하게, 화려하게,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도 엄청난 허무함, 그리고 무력감이 밀려온다. 어딘가로 나가떨어진 적은 더 이상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S급 임무였는데… 위험한 임무를 받고 불안했지만 동시에 자긍심도 느꼈었는데… 이렇게 손쉽게 처리될 일이었다니…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정말 쓸모없다… 아… 눈물 나올 것 같아……. "선생, 괜찮아?" "죄송합니다…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지? 얼른 지원을 가지 않으면!" 가방 안에 무기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급히 확인하려는데,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하타케 상닌이 그것을 멈추게 한다. 왠지 묘하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괜찮아, 다른 쪽도 대충 정리되었어. 이건 양동 작전이거든." 그가 가리키는 방향, 그다지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닌자견의 하울링 소리가 들려온다. 하울링은 '여기 있다'라는 뜻. 사납게 짖을 때와 달리 '무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 지금 분신이지요? 양동 작전이라니, 뭡니까?" "실은 이 소대의 대장과 사전에 작전 회의를 했거든. 적의 특기가 환술이라는 정보가 수중에 있었으니까, 일부러 함정에 걸린 척하면서 역습을 노렸어. 나뭇잎의 닌자가 그렇게 쉽게 당할 리 없잖아? 후후후." "그런 계획이 있다면 저한테도 미리 얘기해주세욧! 무얼 대장끼리 속닥속닥하는 겁니까! 그보다 당신 지금 우리 애들이랑 임무 중이잖아! 멋대로 차크라 나누지 마, 이 차크라 고자가!" 내게 멱살을 잡혀 흔들리면서도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하고는, 그가 침착하게 내 손을 떼어낸다. "저쪽은 전혀 위험한 일이 아니니까 걱정 마. 차크라를 반으로 나눠도 아직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면서 어째서 내 뒷쪽의 나무에 자연스레 손을 뻗는 거지. 어째서 기대는 거지. 이것저것 여러가지라니 뭐지. 엄청 의미심장하게 들려오는데, 어떡하지? 때릴까? 일단 때리고볼까? 상사이지만 지금은 분신이니까 상관없겠지? "선생, 나 전부터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하면 맞을 게 분명하니까 그 동안 하지 않고 있었어." 말해. 그쪽에서 때릴 구실을 준다면 대환영이야. 들어보나마나 얼토당토않은 불쾌한 것이겠지만 참고 들어주지. 그리고나서 맘껏 패주지. "하늘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 장소… 여기서 하고 싶어……."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주먹이 날아간다. 그러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가 내 손목을 낚아챈다. 당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당했다. 저항할 틈도 없이, 그의 두 팔이 내 허리를 강하게 감싸안는다. 그리고 그대로 일어나 나를 등 뒤의 나무로 밀어붙인다. 발로 차 버리려다가 도리어 붙잡혀서 외발로 서게 되어 정말이지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임무가 끝났으니 동료들이 절 찾을 거예요!" "응, 확실히 여유부릴 틈은 없을 것 같네." 그의 숨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려온다. 평소보다 호흡이 빠르다. 그리고 뜨겁다. 이 인간 정말 진심으로 할 셈인가. 언제나 당당히 야한 책을 들고 다녀도 막상 찔러보면 어쩔 수 없는 부끄럼쟁이인 줄 알았는데… 어째 하는 생각이 보통 사람보다 더 하드코어한 것 같다. "미안… 네가 살아서 지금 내 손에 닿아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은 얼어붙었을지라도, 몸은 계속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그것만은 언제나와 같다. 이성 간의 아찔한 긴장감, 불안정한 숨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내가 위험한 임무를 나가게 되어서 걱정됐던 건가. 두루마리를 펼치기 전에 죽거나 하진 않을까 불안했던 건가. 힘으로 억지나 부리는 못된 상사 주제. 조금 전에는 정말 진지하게 호카게님께 일러 버릴까 생각도 했었는데, 돌연 이렇게 홀로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어린 아이처럼 약해지는 건가. 정말 치사하다. 이렇게 되면 이쪽도 마음이 약해져서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지 않은가. (…) "하… 하아……." 머리 위의 파란 하늘처럼 주변의 공기는 차가운데, 내 몸은 녹아내릴 것처럼 뜨겁다. 감기에 걸린 듯 머리가 멍하고, 전율처럼 퍼져나가는 짜릿한 쾌감 외에 더 이상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가 내 목에 뜨거운 숨결을 떨어뜨리고 가녀린 피부를 핥는다. 하얀 머리카락이 뺨에 닿아 간지러운데 다른 곳에서 나를 덮쳐오는 감각은 하나같이 날카롭다. 그래도 마냥 두려운 것만은 아니어서, 마치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듯한 행복감에 더할나위 없이 달뜬 기분이 된다. 착각이다. 일시적인 감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이대로 몸의 감각에 모든 걸 맡겨 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더 이상은 정말 무리다. "하타케 상닌……." "응?" "너무 길잖아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잊지 않으셨다면 적당히 하고 끝내세요…! 이제 정말 누가 올지 모른다고요오…!"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고는 양쪽으로 그의 뺨을 잡아 쭈욱쭈욱 늘린다. 그러나 잠시 인상을 찡그릴 뿐, 오히려 더욱 끈질기게 몸을 엉켜온다. "그런 거라면 아까 하나인가 두 개인가의 인기척을 이미 느꼈어. 지금은 사라졌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될 리가 없잖아…!!! 이 자식아…!!!" "자, 잠깐, 그렇게 힘을 넣으면… 윽…!" 끝났다. 조금 전 한 순간에 여러가지 의미로 끝이 나 버렸다. 몸을 감싸고 있던 힘이 빠져나가며 그 안을 뜨겁게 달구던 열기와 함께 모든 것들이 다 천천히 가라앉는다. 별다른 보호도 하지 않은 상태로 안쪽에 내져서 큰일인데도, 불쾌감이 들지 않는다. 이제보니 나도 이 사람과 별반 다를 것 없나보다. 하타케 상닌과 내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장소, 시간, 그리고 자신의 입장. 이런 파렴치한 일을 했어도 하타케 상닌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교사인 나에게는 두 말할 것 없이 치명적이다. 행여 아이들의 귀에 부끄러운 얘기가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선택지가 없다. 그저 어딘가에 뛰어내려 죽는 수밖에. "선생, 정신차려. 안에 내버린 걸 나오게 해야 하니까." "이제 아무래도 좋아요… 차라리 아기가 생기면 당신을 협박해서 결혼해 버리죠… 그럼 적어도 얼굴은 들고 다닐 수 있을 테니……." "그런 절망적인 얼굴을 할 것까지는 없잖아. 농담이었어, 농담." "에?" "소대장에게 당신은 내가 책임지고 마을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해뒀어. 아무도 오지 않았고 아무도 보지 않았으니까 안심해." "……."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힘을 넣으니까 아래가 어떻게 되어 버리는 줄 알았어. 그 말을 믿다니, 아직 순진하구나.(너털웃음)"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웃는 하타케 상닌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 그때도 이런 얼굴이었지. 부들부들 주먹이 떨리기 시작하고 머지않아 가슴부터 목끝까지 분노와 증오와 멸시가 끓어오른다.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이번 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하타케 상닌." "네?" "어금니 꽉 깨물어요." "네, 네…;;" 퍼억-!!! 그래도 당신이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 있나보구나. 혹시라도 내 주먹을 피한다면 두 번 다시 그 꼴을 보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퐁-,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의 모습이 사라진다. 분신이지만 어차피 아픔은 고스란히 본체에게 전해질 테니 상관없다. 그리고 마을에 돌아가면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분노의 응징을 마저 해줄 것이다. (…) 카카시 : 으헉! 사쿠라 : 왜 그러세요, 선생님? 나루토 : 갑자기 얼굴이 파래졌다니깐요. 사스케 : 아까부터 차크라가 평소의 반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분신 쪽에서 뭔가 해선 안 될 일이라도 했나보지. 내버려둬. 카카시 : 사스케… 서로 닮은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넌 역시 나를 잘 알고 있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나로서도 의외의 일이었어……. 사스케 : 의외의 일? 대체 뭐 얼마나 추잡한 짓거리를 한 거야, 당신. 책임질 생각도 없으면서, 최소한 상냥하게 대해주라고. 카카시 : 네… 반성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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